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주·지방정부의 유선 광대역망 인허가를 120일 안에 처리하도록 하는 규칙안을 제시하자 도시·카운티 단체들이 반발했다. 통신업계는 인허가 지연을 줄일 수 있다며 대체로 찬성했다.
FCC는 8월 7일 공개한 ‘Build America: Eliminating Barriers to Wireline Deployments’ 규칙안에서 인허가 신청 후 120일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통신서비스 제공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추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기한이 지나면 인허가가 자동 승인되는 방식은 아니다.
이 기준은 사업자가 FCC의 연방 선점 절차나 법원 소송에서 지방정부의 지연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한다. 최종 규칙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는 의견수렴 단계다.
FCC는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인허가 비용도 공공 도로와 공공 공간 관리에 실제로 직접 들어간 비용에 가깝게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일정 수준 이하의 비용을 안전항으로 인정하고, 인프라가 다른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추가 요건이나 비용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안전항으로 인정할 구체적인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비용 제한과 현물 보상 제한이 확정될 경우 지방정부가 광대역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미국시장회의(USCM), 전국도시연맹(NLC), 전국카운티협회(NACo), 전국통신담당자·자문관협회(NATOA)는 9월 21일 공동 의견서를 내고 규칙안에 반대했다. 이들은 120일 일률 기준이 도로 굴착, 전봇대 용량, 공공 안전, 여러 기관 간 조정 절차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 단체들은 인허가가 주민과 납세자, 공공 도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통신법 제253조가 전국 단위의 일괄적인 연방 규칙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지방정부 규제에 대한 사례별 선점만 허용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공공 도로와 공간을 관리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할 지방정부 권한이 통신법에 남아 있다는 해석에 기반한다. FCC가 제253조를 근거로 전국 단위의 세부 인허가 기준까지 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지방정부 단체들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사업 지연도 문제로 제시했다. ISP가 인허가를 받은 뒤 실제 구축을 늦추거나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전봇대와 도로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허가 선점’을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인허가 승인 뒤 ISP가 180일 안에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CC가 지방정부의 처리기한을 제한하는 만큼 사업자에도 구축기한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신업계는 FCC안에 대체로 찬성했다. USTelecom은 일부 사업자가 인허가에 2~3년이 걸리는 사례를 제시하며 규칙 추진을 환영했다. 다만 2~3년 지연 수치는 업계 단체가 제시한 주장으로, FCC가 독립적으로 검증한 수치는 아니다.
소형·중견 케이블사업자를 대표하는 미국통신협회(America’s Communications Association)는 최대 처리기한을 120일로 두되 단순 인허가는 45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인허가의 복잡도에 따라 처리기한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셈이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지방정부의 공공 도로·공간 관리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지연과 비용이 경제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무산시킬 수 있다며 FCC의 개혁 취지에 동조했다. 지방정부 권한과 광대역망 확충 속도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적 불확실성은 2025년 제6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과도 맞물린다. 법원은 광대역 ISP의 서비스가 통신서비스가 아니라 정보서비스에 해당하며, FCC가 통신법 제2편을 근거로 망중립성 규칙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이번 인허가 선점 규칙에 직접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규칙안이 확정되면 지방정부나 주정부가 FCC의 권한 범위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소송 제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FCC의 초기 의견 제출 기한은 9월 21일이며 답변 의견 제출 기한은 11월 5일이다. 최종 규칙 확정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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