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결제 해킹' 사태…정부, 통신망 보안 전면 점검 나선다

KT 통신망을 통해 벌어진 무단 소액결제 사고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피해 확산을 막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사태를 정보통신망 신뢰 훼손으로 규정하고 원인 규명과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가 된 사고는 최근 KT 이용자 스마트폰에서 본인 동의 없이 수차례에 걸쳐 소액결제가 발생한 건이다. 이른바 ‘소액결제 해킹’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해커가 스마트폰 정보나 휴대전화 인증 체계를 악용해 소액으로 결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수법이다. 통상 개별 거래당 금액이 작아 사용자들이 뒤늦게 인지하는 사례가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태가 KT 망에서 특정 경로를 통해 벌어진 침해사고라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소액결제 인프라의 보안 취약 지점이 노출된 사건으로 판단하며, 통신사와 결제 대행업체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정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와 해킹 경로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유보했다.

정부는 우선 피해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용자들이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채널을 KT와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통신 3사 이용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유사 피해가 있었는지 전수 점검을 하기로 했다. KT도 이번 조치에 협조하면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결제 내역을 집중 안내하고 있으며, 피해 확인 시 즉각 결제 취소 및 환불 조처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유사 사례는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모바일 기반 금융 범죄가 늘면서 통신사를 통한 인증 및 결제 체계가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가 거래 행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보안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모든 통신사와 결제망 사업자의 보안 점검을 강화하고, 소액결제 시스템의 구조적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와 산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인증 시스템 보강에 나서는지에 따라, 전체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용자들도 정기적인 결제 내역 확인과 본인인증 보안 설정 강화 등 자발적인 보안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