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중심 시설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 주요 전산시스템 70여 개가 사실상 마비됐다. 이로 인해 민원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행정 서비스 접속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26일 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대전 본원 서버실에서 불이 나면서 대규모 국가 전산 시스템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정전·장비 손상 등의 영향으로 1등급 중요 시스템 12개, 2등급 시스템 58개 등 총 70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당 시설은 국가 전산망의 핵심 거점으로 각 부처의 서버와 전자문서, 민원 시스템 등을 중앙집중 방식으로 운용하는 곳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출범한 이래, 정부 전산시스템의 전환과 통합을 주도해 왔다. 오프라인 행정이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이 기관 역할은 갈수록 확대됐다. 현재는 대전 본원 외에도 광주, 대구, 공주 등에 추가 센터를 운영 중이며 전자정부 기반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전산실 내 리튬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생 이후 자정을 넘겨서도 진화 작업이 계속됐다. 소방당국은 다량의 물 사용이 서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연기를 배출하며 신중한 방식으로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화재 여파는 광범위했다. 이날 정부24 같은 온라인 민원 창구는 물론, 공무원 전용 메일 시스템도 작동에 큰 문제가 생겼다.

이번 사고는 단순 물리적 사고 그 이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11월에도 국정자원관리원에서 네트워크 장비 불량으로 인해 일주일간 전산망이 마비됐던 경험이 있었고, 이번 화재는 해당 사건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또다시 국가 전산망 안전에 심각한 경고등을 켠 셈이다. 정부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로 상향 조정했으며, 위기상황대응본부를 가동하고 피해 파악에 나섰다.

시스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산망이 마비된 기간 동안의 피해 규모나 보안 위협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전산망의 분산 백업 체계 구축, 재해복구 시스템 보완 등 기술적‧관리적 대안 마련 요구가 다시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공공 IT인프라 전반에 대한 전면 재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