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리튬배터리 화재 대응 수준을 기존 위기상황대응본부 체계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국가 행정 시스템의 핵심 기반인 이 기관에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각종 행정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제한되는 등,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9월 27일 오전 윤호중 장관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 사태를 ‘행정정보시스템 재난’으로 판단해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이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 대응 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복구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모든 정부 부처의 대응 조율을 담당한다.

이번 화재는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발생했다. 대전 화암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부에서 리튬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방당국이 즉시 진화 작업에 나섰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의 주요 서버와 공공기관 데이터가 집중된 주요 정보 인프라로, 화재로 인한 피해가 단순한 물리적 손상에 그치지 않고 행정정보시스템의 정지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24,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등 다양한 정부 웹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국민이 각종 행정 민원을 처리하거나 서류를 발급받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국민 행동요령 공지를 띄우고, 대면 민원 서비스를 받기 전 담당 기관에 사전 문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관련 민원서비스의 대체 웹사이트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홈택스, 세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 등 타 기관 운영 서비스 접속을 안내하고 있다.

정부는 각 행정기관에 전산장애 발생 시 수기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접수 서식을 변경해 국민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빠른 복구를 위해 전 부처가 총력 대응하고 있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대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디지털 정부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정보 인프라가 물리적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스템 이중화(백업서버 구축 등)와 민간 클라우드 도입 등 행정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투자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공공 정보체계 전반에 걸친 복원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