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이 최근 엔비디아(NVDA)로부터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애플(AAPL)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까지 모색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애플에 자사 반도체 제조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제안하며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인 계약 체결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보도를 전하면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애플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전략적 고객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과거 아이폰용 칩 조달처였던 인텔은 애플이 자체 설계칩으로 전환한 2020년 이후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 애플은 칩 생산을 대만의 TSMC에 맡기며 사실상 인텔을 멀리했다.

애플과의 협상이 성공할 경우, 인텔로서는 휘청이는 파운드리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애플 역시 TSMC 중심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애플의 전략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이번 협상은 리프 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가 적극 추진 중인 턴어라운드 전략의 일환이다. 인텔은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PC 시장 주도권을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사에 내주며 입지가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미국 정부,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데 연이어 성공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10% 지분 매입 계획은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 계획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인텔에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 자금을 지원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애플 협상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미국 우선 제조' 전략의 성과로 적극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정부는 인텔의 일상적인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으며, 인텔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탈환하는 데 있어 시장 기반의 협력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인텔에 투자한 미국 납세자의 지분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행정부의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인텔은 애플 외에도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과 활발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서 고객사를 다변화하지 못할 경우 지속 가능한 흑자 전환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 애플과 같은 확실한 고객 유치에 성공한다면, 파운드리 사업은 다시 한 번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협상 보도가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장중 6% 급등했다. 인텔 주가는 8월 이후 40% 이상 상승 중이며, 이번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