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청(CMA)이 구글(GOOGL)에 대해 새로운 규제 지위를 부여하며, 검색 및 검색 광고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CMA는 2022년 시작된 반독점 조사에 기반해 구글의 일반 검색 서비스 및 검색 광고 부문이 '전략적 시장 지위(Strategic Market Status, SMS)'를 갖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는 최근 제정된 디지털 시장·경쟁·소비자(DMCC)법에 따라 테크 기업에 대해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첫 사례다.

SMS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해당 기업의 연간 수익이 영국 내 10억 파운드(약 1조 7,200억 원) 이상이거나 전 세계적으로 250억 파운드(약 43조 원)를 넘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활동 영역에서 '상당하고 고착된 시장 지배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공정 거래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CMA는 기업의 사업방식을 바로잡도록 명령하거나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구글에게 다양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되며, 사용자 선택권 확대와 데이터 이동성 확보, 콘텐츠 사용 방식에 대한 게시자의 통제권 강화 등이 요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사용자들이 다른 검색 엔진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즉 ‘선택 화면’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으며, AI 오버뷰와 AI 모드와 같은 기능에도 규제가 적용된다. 단, 구글의 AI 비서인 제미니는 당장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지위가 변경될 수 있다고 CMA는 언급했다.

CMA 디지털 시장 담당 전무인 윌 헤이터(Will Hayter)는 "검색과 검색 광고 같은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혁신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구글 측은 이번 결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구글의 경쟁 담당 선임 이사인 올리버 베델(Oliver Bethell)은 블로그를 통해 “영국은 인기 서비스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없이 가장 최신 제품을 먼저 이용하는 시장이었다”며, 과도한 규제가 영국의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지정은 DMCC법 제정 이후 최초 적용 사례이며, 업계에서는 애플(AAPL)이 그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MA는 이미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부문에 대한 SMS 지정을 위한 사전 결정을 내렸으며, 정식 지정이 임박한 상황이다.

구글의 이번 지정은 디지털 플랫폼의 거대한 영향력을 통제하려는 글로벌 정책 흐름 속에서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DMA)과 함께 CMA의 DMCC법은 세계 테크 기업들의 사업 전략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