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양자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자사의 최신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통해 분자의 모양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선보였으며, 기존 컴퓨터보다도 수만 배 빠르게 연산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 알고리즘은 재현성을 갖춰, 같은 성능의 다른 컴퓨터에서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됐으며, 구글 측은 자사의 ‘양자 에코(Quantum Echoes)’ 기술이 고전 컴퓨터 능력을 넘어서는 검증 가능한 양자 시뮬레이션을 처음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알고리즘은 마치 음악을 되감아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듯, 분자의 양자 운동을 시뮬레이션한 뒤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전자와 원자핵 수준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포착해낸다.

양자 에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계산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이 기술은 기존의 핵자기공명(NMR) 실험 데이터를 정확히 재현해냈으며, NMR 방식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분자 구조 정보까지 밝혀냈다. 특히 원자 핵이 외부 자극에서 받는 반응과 그 신호를 정밀하게 모사함으로써, 실험과 거의 동일한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향후 분자 모델링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증 실험은 UC 버클리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15개 및 28개 원자로 구성된 두 개의 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는 기존 NMR 기술과 일치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접근하기 힘든 정보까지 포착해 양자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입증했다.

구글은 이번 성과가 신약 개발과 차세대 소재 탐색 등 실용 영역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고분자, 배터리 소재, 양자 비트 구성 요소 등의 구조를 규명하고 물질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이 기술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양자 AI 팀의 수석 화학 책임자인 니콜라스 루빈은 “분자의 형태는 물질의 작용 방식에 결정적”이라며 “기존 도구들이 놓쳤던 새로운 경로를 이 양자 알고리즘이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한 핵심은 구글의 105큐비트 양자 칩 ‘윌로우’다. 이 칩은 2019년 발표된 53큐비트 기반 시커모어(Sycamore) 칩의 후속작으로, 오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큐비트 수 증가에 따라 오류율을 절반씩 줄이는 설계를 적용했다. 그 결과, 외부 잡음에 의한 연산 왜곡을 억제하면서도 대규모 계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윌로우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보다 1만 3000배 빠른 속도로 알고리즘을 실행한 것으로 분석돼, 양자 우위를 실질적으로 보여준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 에코 알고리즘의 상용화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양자 기술의 실질적 활용 단계로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기존의 양자 컴퓨팅이 이론적 잠재력에 머물러 있었다면, 구글은 이번 시도를 통해 분자과학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양자의 실용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나아가 화학, 의약, 재료공학 분야 전반에 걸쳐 큰 파급력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