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구글 클라우드와 1조 원대의 인공지능(AI)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AI 보안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협력은 양사가 향후 수년간 공동으로 AI 인프라를 강화하고, AI 기반 사이버 보안 서비스를 확산시키기 위한 초대형 전략적 계약이다. 로이터는 계약 규모가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자사 주요 내부 워크로드를 구글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구글의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제미니(Gemini)’를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 진단이나 네트워크 병목 해결 같은 복잡한 문제까지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 기능을 ‘버텍스 AI 플랫폼(Vertex AI Platform)’을 통해 제공하며, 관련 개발 도구와 운영 툴을 함께 제공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자사가 직접 이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AI 워크로드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올해 4월 선보인 ‘프리즈마 에어스(Prisma AIRS)’ 플랫폼을 중심으로 보안 기능 고도화에 나선다. 이 솔루션은 실제 해킹 시도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AI 서비스의 취약점을 사전에 찾아내고, 프롬프트 조작(prompt injection)과 같은 AI 특유의 공격 기법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계약에는 가상 방화벽 제품군 ‘VM-시리즈(VM-Series)’와 구글 클라우드 간의 연동 강화도 포함됐다. 이 제품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간 불필요한 통신을 차단하거나, 승인된 트래픽 내 위협 요소를 실시간 감지하는 기능을 맡는다.

매트 레너 구글 클라우드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이번 협력 확대는 고객들이 AI 인프라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보안이 내재된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사가 일부 보안 영역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의 ‘시큐리티 오퍼레이션즈(Security Operations)’와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코어텍스 XSIAM(Cortex XSIAM)’은 모두 침해 사고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기능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각사가 상대방의 강점을 인정하며 장기적 시너지를 모색하는 행보로 읽힌다.

또한 구글 클라우드는 올해 초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술기업들과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AI 중심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은 수천만 개의 텐서처리유닛(TPU)을 기반으로 자사 LLM을 구글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AI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이 되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운데, 이번 팔로알토-구글 브로맨스는 기술 산업 내 AI 보안 시장의 새 전환점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