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EN2049 싱가포르 2026 리캡: 글로벌 거래소들은 무엇을 말했나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2026.10.14 20:16:36
2026년 10월 7~8일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TOKEN2049 싱가포르에는 160개국 7,000여 개 기업에서 약 2만5,000명이 모였다. 500여 개 부스와 300여 명의 연사, 1,000건이 넘는 사이드 이벤트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거래소들이 부스와 무대에서 내놓은 메시지를 모아 보면 서로 다른 브랜드가 사실상 같은 문장을 말하고 있었다. '크립토 거래소'라는 정체성을 지우고 '멀티에셋 플랫폼'으로 옮겨가겠다는 선언, 그리고 그 위에서 AI가 분석이 아닌 실행을 맡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핵심 요약
- -올해 행사 전체를 관통한 주제는 크립토와 전통금융(TradFi)의 융합이었다. 토큰화 자산·스테이블코인·24시간 거래가 무대를 채웠고, 현장에서는 대화의 대부분이 RWA와 토큰화 주식에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 -거래소들은 공통적으로 크립토를 넘어 주식·ETF·원자재·토큰화 자산까지 한 계정에서 거래하는 멀티에셋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 -두 번째 축은 AI였다. MEXC는 CLI 기반 에이전트 거래 데모로, BingX는 AI 도구를 멀티에셋 비전의 일부로 내세우며 AI를 정보 도구가 아닌 거래 실행 계층으로 가져가려는 시도를 보였다.
- -강조점은 거래소마다 달랐다. MEXC는 Payward와의 협업 서사를, 바이낸스는 기관 시장을, OKX는 글로벌 제품 쇼케이스를, OKX·Gate·BingX는 F1 셀럽 마케팅을 전면에 세웠다.
1. TOKEN2049의 중심 주제는 크립토-TradFi 융합이었다
행사 개막 전 블룸버그는 이번 컨퍼런스의 최대 테마로 '전통금융의 온체인 이동'을 꼽았다.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24시간 거래가 두 세계를 가깝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RWA.xyz 기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토큰화 실물자산 규모는 9월 말 38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실제 프로그램도 그렇게 짜였다. Day 1이 크립토 네이티브 프로젝트와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에 집중했다면, Day 2는 블랙록·피델리티·프랭클린템플턴·모건스탠리·ICE 임원이 토큰화 패널에 올랐고 나스닥 CEO 아데나 프리드먼이 24시간 시장을 주제로 대담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초청제 기관 트랙에는 골드만삭스와 조르탄 포자르 등 200여 명이 비공개로 모였다.
현장 체감은 더 기울어 있었다. 한 참가자는 "대화의 약 90%가 RWA·토큰화 주식·구조화 상품이고 나머지 10%가 AI"라고 전했다. 이 흐름을 상징하는 발표도 있었다. 코인베이스는 데리빗 통합을 마치고 '코인베이스 글로벌 익스체인지'를 출범해 미국 기관을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옵션 시장에 연결하겠다고 밝혔고, 시큐리타이즈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주식 12종을 솔라나 위에 토큰으로 올렸다.
거래소 입장에서 이 환경은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 '어떤 코인을 상장했는가'는 더 이상 부스의 헤드라인이 되지 못한다. 둘째, 전통 자산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기존 거래 경험 안으로 끌어오느냐가 차별화의 기준이 된다.
2. 멀티에셋 선언과 기관 서사, 거래소별 온도차까지
OKX는 5년 연속 타이틀 스폰서로 메인 스테이지를 운영했다. 본행사 하루 전인 10월 6일 'OKX NOW' 글로벌 제품·생태계 컨퍼런스를 별도로 열어 신제품 시연을 진행했고, 메인 스테이지에는 에릭 트럼프(월드리버티파이낸셜)와 F1 드라이버 란도 노리스가 마스터카드 임원과 함께 올랐다. 공식 메시지는 거래·온체인 시장·인텔리전스·금융의 네 축이다. 멀티에셋이라는 단어보다는 '온체인'이 전면에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거래소와 결이 조금 다르다.
BingX는 타이틀 스폰서로 복귀하며 'Building the Future of Trading'이라는 단일 슬로건을 내걸었다. 크립토 거래소에서 멀티에셋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서사가 핵심이며, AI 도구와 24시간 거래, 보안·투명성·컴플라이언스를 그 구성 요소로 제시했다. 행사 직후인 10월 13일에는 알파카 연동으로 미국 주식·ETF 7,000종 거래를 출시해 부스 메시지를 제품으로 바로 이었다. DJ SODA 애프터파티와 샤를 르클레르 밋앤그릿도 함께 진행했다.
Gate는 창업자 한 박사(Dr. Han)의 메인 스테이지 키노트와 막스 페르스타펜과의 대담, 부스와 전용 라운지, 10월 8일 래플스 호텔 갈라 디너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사전에 공개한 수치는 이용자 6,100만 명, 암호화폐 5,300종, 주식·ETF 1만2,800종이다. 메시지는 "다양한 자산과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역시 멀티에셋 서사 안에 있다.
바이낸스는 골드 스폰서였지만 부스보다 연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처드 텅 공동 CEO는 프랭클린템플턴 CEO 제니 존슨, 캔톤 CEO와 함께 '새로운 기관 시장: 토큰화 자산·글로벌 유동성·온체인 결제' 세션에 올랐고, 비공개 기관 트랙에도 참여했다. 리테일 멀티에셋보다는 기관화와 토큰화 인프라에 발언을 집중한 셈이다.
MEXC는 MEXC 스테이지에서 CEO 부가르 우시 자데와 페이워드(크라켄 모회사) 공동 CEO 아르준 세티의 패널을 열었다. 두 사람은 크립토와 전통금융이 24시간 멈추지 않는 금융 환경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상시 거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자산과 담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인프라가 먼저라고 봤다. 경쟁보다 인프라·시장 접근·리테일 유통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 위에서 협업하는 모델도 거론됐다. 부스에서는 일상 언어로 내린 거래 지시를 AI 에이전트가 실제 주문으로 연결하는 'AI 트레이딩 챌린지'와, 참가자가 직접 시장 전망을 담아 신문을 만드는 'The NEXT Newspaper' 체험을 운영했다. 메시지는 다른 멀티에셋 거래소와 같은 방향이지만, 경쟁 거래소와의 협업을 전면에 세웠다는 점이 차이다.
비트겟은 2025년 타이틀 스폰서였으나 올해는 별도의 대형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 행사 2주 전 약 3억8,800만 달러 규모의 해킹이 발생한 직후였다. 그레이시 첸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무대보다 무대 밖 대화가 더 중요하다"며 "규제당국과 정책입안자가 더 많이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코인은 골드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으나 자체 발표는 파악되지 않았고, 바이비트는 올해 싱가포르 행사 참여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
3. 거래소 메시지의 공통분모
거래소별 강조점은 달랐지만, 메시지를 걷어내고 보면 세 가지 전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첫째는 자산군 확장이다. 타이틀 스폰서부터 골드 스폰서까지 대부분의 거래소가 주식·ETF·원자재·토큰화 자산을 한 계정에서 거래하는 구조를 전면에 세웠다. 이는 실제 거래 데이터와도 맞물린다. 한 거래소의 크로스에셋 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선물 거래량에서 TradFi 자산 비중은 6월 11.5%에서 8월 22.9%로 늘었고, 토큰화 주식 거래량의 49.2%는 미국 정규장 밖에서 발생했다. 부스의 메시지가 수요를 앞서간 것이 아니라 이미 움직이는 수요를 따라간 셈이다.
둘째는 AI의 역할 변화다. 시세를 요약하던 챗봇 단계를 지나, 이용자의 지시를 실제 주문으로 연결하는 에이전트가 부스와 무대의 공통 소재가 됐다. 저스틴 선은 크립토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이 향후 5년간 주요 애플리케이션 계층이 될 것이라고 봤고, 블랙록의 니킬 샤르마는 AI가 금융 의사결정의 맥락을, 토큰화 자산이 그 실행 계층을 제공한다는 구도를 제시했다.
셋째는 24시간 시장의 조건이다. 나스닥 CEO의 24/7 시장 대담, 코인베이스의 데리빗 통합, 거래소 간 담보 연결을 다룬 패널이 모두 같은 질문에 닿았다.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 자체보다, 장외 시간의 가격 발견을 뒷받침할 유동성을 어디서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라는 인식이다.
4. 차이는 어디서 갈렸나
같은 서사 안에서도 강조점은 달랐다.
- 협업 vs 단독: OKX와 BingX는 자체 제품 쇼케이스 중심으로 메시지를 구성했다. 반면 페이워드와 MEXC의 공동 패널처럼 인프라를 가진 쪽과 리테일 유통을 가진 쪽이 각자의 핵심 시장에서 서로를 돕는 '플랫폼 간 협업' 구도를 내세운 사례도 있었다.
- 리테일 vs 기관: 타이틀 스폰서 거래소들이 리테일 투자자의 자산군 확장을 말했다면,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기관 유동성과 온체인 결제 인프라에 발언을 집중했다. 같은 '융합'이라도 어느 쪽 고객을 향하느냐에 따라 제품 로드맵이 달라진다.
- AI의 위치: 거래소 AI 전략은 외부 AI에 문을 여는 개방형과 자사 앱 안에서 경험을 완결하는 완결형으로 갈린다. OKX의 Agent Trade Kit, 크라켄 CLI가 전자라면, 비트겟의 GetAgent처럼 앱 안에서 완결하는 방식이 후자다. 이번 행사에서는 완결형을 택했던 거래소들도 CLI 기반 에이전트 데모를 선보이며 개방형 구조를 더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 셀럽 마케팅: OKX(란도 노리스), Gate(막스 페르스타펜), BingX(샤를 르클레르)가 모두 F1 드라이버를 동원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같은 주말에 열린다는 점을 활용한 공통 전략이지만, 메시지 차별화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5. 메시지의 신뢰도를 가를 변수
멀티에셋과 AI 실행이라는 약속은 보안과 규제라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블룸버그는 비트겟 해킹을 포함한 최근 공격을 이번 행사의 '무대 밖 주제'로 지목했다. 자산군이 늘고 AI가 주문 권한을 가질수록 사고 한 건의 파급 범위도 커지기 때문이다. BingX가 슬로건과 함께 1억5,000만 달러 실드 펀드와 100% 준비금 증명을 나란히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는 여전히 공백이다. 토큰화 주식과 주식 연계 파생상품은 대다수 국가에서 증권법 또는 파생상품 규제 대상이며, 어느 관할에서 어떤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거래소마다 다르다. 첸 CEO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업계 혼자 답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Regulation: Finding Clarity Across Borders' 패널이 규제의 필요성이 아닌 이행 방법을 논의했다는 점은 진전이지만, 리테일 멀티에셋 상품의 법적 분류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6. 결론
올해 TOKEN2049 싱가포르에서 거래소들은 '무엇을 상장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 될 것인가'를 말했다. 메시지는 멀티에셋, AI 실행, 24시간 유동성이라는 세 단어로 수렴했고, 브랜드 간 차이는 그 안에서 협업·고객군·AI 구조의 강조점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부스의 메시지와 실제 거래 데이터가 일치하는지다. TradFi 자산 비중 확대와 정규장 외 거래 증가는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행사 직후 쏟아진 미국 주식 상품 출시가 거래량과 보유자 수로 이어지는지. 둘째, AI 에이전트에 주문 권한을 주는 구조에서 사용자 확인과 권한 회수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셋째, 해킹과 규제 변수가 멀티에셋 확장 속도를 늦추는지.
2027년 TOKEN2049는 두바이(4월), 뉴욕(6월), 싱가포르(10월) 세 도시에서 열린다. 뉴욕 첫 개최는 미국 기관 자본과의 접점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선언된 메시지가 내년 뉴욕에서 제품과 숫자로 증명될지가 거래소 경쟁의 다음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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