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히 기름값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 충격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계 식량 공급망을 향해 번지고 있다. 핵심 연결고리는 비료다. 정확히는 질소 비료다.
비료는 천연가스다
현대 농업의 토대는 20세기 초 하버-보슈(Haber-Bosch) 공법의 발명으로 세워졌다.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이 화학 공정 덕분에 인류는 식량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현재 지구 인구의 절반 가량이 이 기술 덕분에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공정의 핵심 원료가 천연가스라는 점이다. 메탄(CH₄)을 수소(H₂)로 전환하고, 이를 공기 중 질소와 고압 반응시켜 암모니아(NH₃)를 만든다. 요소(urea)와 질산암모늄 등 주요 질소비료는 모두 이 암모니아에서 나온다. 공식은 단순하다. 가스가 없으면 비료가 없고, 비료가 없으면 수확량이 없다.
이 구조는 가스 가격이 오를 때마다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폭등했을 때, 유럽 전역의 질소비료 생산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에너지 시장의 충격이 식량 공급망으로 직접 전이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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