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월 소비자 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둔화세를 보이면서 물가 안정과 긴축 주기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측정한 지수로,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14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0월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하며 9월 3.7% 대비 0.5%p 크게 둔화됐다. 시장이 예상한 3.3%보다도 0.1%p 더 낮았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는 작년 6월 이후 계속 둔화하다가 지난 7월 3.2%, 8월 3.7%, 9월 3.7%의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물가 고착 우려를 키웠지만 다시 둔화세를 보이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전월 대비 CPI는 0.0%로 변동 없는 모습을 보였다. 9월 기록 0.4%에서 크게 낮아지면서 시장 전망치 0.1%도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물가 개선세를 보였다. 근원 물가는 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리키기 때문에 통화 정책 입안자들이 더욱 주목하는 지표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0% 상승하며 9월 기록 및 예상 수준인 4.1%를 하회했다. 2021년 9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상승폭이다.
전월 대비 근원 CPI도 0.2% 오르며 9월 기록 및 전망치 0.3%를 밑돌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전년 대비 식품 물가는 직전월 3.7%에서 3.2%로 상승세를 둔화했다. 전월 대비 기록은 직전월 0.2%에서 소폭 오른 0.3%로 나타났다.
에너지 물가는 전년 대비 4.5% 하락했다. 직전월 0.5% 하락에서 둔화세를 크게 확대했다. 에너지 물가의 전월 대비 기록도 직전월 1.5% 상승에서 2.5% 하락으로 돌아섰다.
휘발류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3% 하락하며 둔화했다. 직전월 2.1% 내렸던 전월 대비 물가는 5.0%로 하락 속도를 높였다.
신차 물가는 전년 대비 1.9% 올라 직전월 기록 2.5%에서 상승 속도를 늦췄다. 전월 대비 물가는 9월 0.3% 올랐지만 10월에는 0.1% 하락했다.
중고차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1%,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직전월 기록(8.0%, 2.5%) 대비 올랐지만 여전히 둔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CPI 가중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대비 6.7% 상승했다. 9월 7.2%에서 0.5%p 내렸다. 전월 대비 기록은 직전월 0.6%에서 0.3%로 상승폭을 절반이나 줄였다.
교통비는 9월 9.1%에서 10월 9.2%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월 대비로도 0.8% 오르며 직전월 0.7%를 웃돌았다.
◇ 물가 둔화 확인한 시장 '안도'...국채 수익률 ↓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의 전년 및 전월 대비 기록이 모두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이 경계감을 풀고 상승했다.
CPI 발표 전 강보합세를 보였던 미국 주식 선물 시장은 상승했다. 다우 지수 선물은 0.94%, S&P500 지수 선물 1.23%, 나스닥 지수는 1.68%의 오름세를 보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4%까지 크게 내렸다. 금리 기대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하며 향후 연준이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투자자 기대감을 나타냈다.
암호화폐 시장은 하락 흐름을 뒤집지 못했지만, 하락폭을 다소 좁힌 모습이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14일 저녁 11시 5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8% 하락한 3만6553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더리움은 0.23% 내린 2045.3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면서 내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전망은 발표 전 85.9%에서 발표 후 99.7%까지 올랐다.
10%대였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배제됐다. 첫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5월(47.8%)로 앞당겨진 모습이다.
미국 기준 금리는 현재 22년 최고 수준인 5.25-5.50%이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1회 금리를 인상했으며 6월, 9월, 11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