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가상 세계가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디지털 공간은 기존의 단일하고 경직된 이상 사회보다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유토피아'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고대 철학에서 시작된 유토피아 구상은 시대마다 가장 진보된 기술과 사회제도를 통해 현실화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단일한 틀로 구현된 유토피아는 시간이 흐르며 현실과 충돌하거나 권력 집중의 형태로 변질돼 '디스토피아'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가상 세계다.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인공지능, 그리고 생성형 AI(대표적으로 GPT 기술) 등을 바탕으로 구축되며,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점에서 메타버스는 기존 물리적 세계에서 허용되지 않던 자유와 다양성을 가능하게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는 이러한 디지털 유토피아가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사례로 언급된다. 초현실적인 기술 도시를 표방하는 네옴시티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시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유기적 생태계’라는 점이다.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인터넷 네트워크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다중 세계 구조를 띠고 있다. 이것은 실시간으로 진화하며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구조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마치 우주에 별이 생성되고 사라지듯, 메타버스 역시 순환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실 세계가 가진 제약을 넘어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향후 더욱 더 기술과의 결합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메타버스는 유일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디지털 유토피아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과 철학이 함께 진화하는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