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 자산(RWA)의 토큰화가 매주 ‘수십억 달러’ 규모로 보도되며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실체 없는 과장된 수치가 업계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폴리곤(MATIC) 랩스의 글로벌 결제 및 RWA 총괄인 아이슈와리 굽타는 최근 기고문에서 업계 전반의 ‘허상 만들기’가 제도권 자본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대부분이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수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굽타는 “거의 매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토큰화 뉴스가 나오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기본적인 세부 사항을 묻기 시작하면 설명은 급격히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픈AI는 최근 로빈후드가 제공한 토큰화 주식이 자사 지분을 의미하는 것처럼 소개되자, 이를 부인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유니코인(Unicoin)을 허위 토큰화 부동산 투자로 약 1억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혼란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더블 카운팅(double-counting)’ 이슈와 불명확한 토큰의 법적 지위다. 굽타는 RWA 시장이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겉만 요란한 지표에 만족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는 “업계가 집착하는 허영 지표는 진짜 자금 유입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며, 수조 달러에 달하는 제도권 자본이 여전히 유입되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경고를 뒷받침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토큰메트릭스 CEO 이안 발리나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포장과 블록체인만으로는 자산의 가치를 생성하지 못한다”며, “진짜 상호운용성과 신뢰 가능한 커스터디, 유동성 있는 이차 시장 없이는 토큰화 자산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RWA 생태계가 투자 포트폴리오가 아닌 마케팅 자료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정작 블록체인이 표방하는 가장 큰 가치인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도 이번 논란에서는 실종됐다. 굽타는 “확인할 수 없고 증명하지 않는 숫자를 기관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면서 블록체인의 근본적 가치를 허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RWA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굽타는 “검증 가능한 체인 활동과 규제 연계성이 없는 블록체인은 단순히 사용자만 위험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허위 수치가 아닌 실제 채택 중심의 투명하고 규제된 방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실체와 무관한 숫자 놀음에 매달린다면, RWA 시장은 그토록 원하던 제도권의 문턱을 영영 넘지 못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