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제재 뚫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경제 굴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가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디지털 달러화(dollarization)'가 현실화하고 있다. 석유 수출 대금의 약 80%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결제되고 있으며, 이 자산은 일상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초로 상당 부분의 정부 재정을 암호화폐로 운용하는 국가가 됐다. 다만 이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 채택'이었다.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 대신 미국 달러나 USDT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국제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원유 수출이 외화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미국 제재로 인해 달러 송금을 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외환 회피를 위해 페이퍼컴퍼니와 차명 계좌를 동원하거나 현물을 교환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그러나 현재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학자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거래의 약 80%가 USDT로 결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전까지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했지만, 제재로 인해 자국 통화가 위협받자 이를 정식 활용하기 시작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볼리바르 환율 안정을 위해 ‘비전통적 관리 수단’을 도입한다고 밝혔고, 이후 정부는 점진적으로 USDT 활용을 확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는 베네수엘라 은행들이 원유 대금으로 받은 USDT를 국내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다시 이를 공급망 결제, 급여 지급 등에 사용하고 있다.
USDT는 이제 ‘바이낸스 달러’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며, 식료품 쇼핑부터 관리비 납부, 급여까지 일상 전반에 쓰이고 있다. 슈퍼마켓협회장은 최근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USDT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제재 회피의 실증 사례
이러한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에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동 증명(proof of concept)’으로 해석된다. 미국 싱크탱크 로페어(Lawfare)는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들이 이미 실질적인 스테이블코인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달러화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위안화 등 다른 선택지를 외면한 채, 디지털 형태의 미국 달러(USDT)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정부가 달러 사용을 막았지만, 베네수엘라는 단지 다른 형태의 ‘디지털 달러’를 채택함으로써 우회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마약 밀수나 무기 거래 같은 대규모 불법 활동에는 아직 완전한 대체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기소하며, 돈세탁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실제 기소장에는 멕시코에서 출발한 현금 항공편, 마약과 무기의 물물교환, 보안비용 현금 지불 등 전통적인 방식만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자산 동결이나 추적 위험이 있어, 대규모 거래에 적합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올리베로스 역시 “국가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을 민첩하게 현금화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다양한 규제를 우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 대신 암호화폐”… 범죄 조직도 웰컴
다만 암호화폐가 모든 불법 자금 흐름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인사이트 크라임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폐 대량 세탁망'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 자금은 중국의 화학 공급업체로 흘러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USDT가 핵심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 자본 통제를 피해 자국민에게 달러를 공급하려는 중개인과, 중국에서 펜타닐 합성용 원료를 구하려는 멕시코 카르텔 사이에 스테이블코인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마약단속청(DEA)은 “암호화폐 사용이 급증하며 전통적 현금 압수 규모는 줄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 압수는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2020~2024년 사이 DEA는 암호화폐 25억 달러(약 3조 6,188억 원)를 압수해, 같은 기간 현금 압수 규모인 22억 달러(약 3조 1,845억 원)를 넘었다.
결국 암호화폐는 아직 모든 자금 흐름을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도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진화시키는 중이다. 향후 신흥 금융기술이 제재 회피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 시장 해석
베네수엘라의 스테이블코인 채택은 암호화폐가 국제 제재 속 경제 운영 도구로 실질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암호화폐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국가 단위 채택 가능성을 증명한 첫 사례로, 암호화폐 시장에도 구조적인 수요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 전략 포인트
정부 차원의 활용은 USDT의 생태계 신뢰도를 높이며, 향후 다른 제재국가나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크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마켓 입장에서는 '디지털 달러'의 수요 증가가 미국 달러의 패권을 강화할 수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용어정리
- 디지털 달러화(dollarization): 자국 통화 대신 디지털 형태의 미국 달러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현상
- USDT: 미국 달러에 가치가 1:1로 고정된 테더사의 스테이블코인
- 제재 회피 수단: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된 국가나 단체가, 암호화폐 등을 사용해 거래를 지속하는 방식
💡 더 알고 싶다면? AI가 준비한 다음 질문들
A. 미국의 경제 제재로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대금 수령을 위해 테더(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A. USDT 사용이 급증하면서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대체하는 현상이 생기고, 기업 거래 및 일반 소비까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확대됐습니다.
A. 아직 대규모 자금 세탁에는 암호화폐보다 현금이나 무역 중심 채널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추적과 동결 가능성도 불편 요소입니다.
A. 국가 단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한 첫 사례로,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과 제도권 진입 가능성을 높이며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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