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사용하는 XRP 레저(XRPL)가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기밀성’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갖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제로지식 인프라 업체 바운들리스(Boundless)를 도입했다. 공공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기관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만큼, XRPL이 그 간극을 메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플 XRPL, ‘은행급 프라이버시’ 기능 도입
13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운들리스는 이번 통합을 통해 거래 규모와 빈도, 상대방 정보 같은 민감한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규제 당국은 선택적 공개와 권한 기반 접근을 통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시브 샹카르 바운들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구조가 기관들이 ‘투명성 비용’ 없이 온체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도입은 국경 간 기업 간 결제, 자금·유동성 관리, 장외거래 포지션, 토큰화 자산 발행, 탈중앙화 거래·대출 등 기관 수요가 크지만 공개 장부에서는 운용이 까다로운 영역을 겨냥한다. 특히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거래 전략과 고객 활동을 숨기면서도 감독기관의 기준은 충족해야 해, 프라이버시와 컴플라이언스의 균형이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샹카르 CEO는 경쟁사들이 자체 레이어2를 구축하는 방식과 달리, 바운들리스는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솔루션을 적용해 기관이 굳이 별도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있는 곳, 즉 이더리움(ETH) 생태계에 머물면서도 더 유연하게 상품을 배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프라이버시 기술 경쟁이 제로지식증명(ZK)과 완전동형암호(FHE)를 축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암호화 기업 자마(Zama)가 토큰화 플랫폼 T-REX와 FHE 스택을 연동해, 규제 규칙이 내장된 증권형 토큰에 비공개 처리 계층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zkSync도 프라이빗 기관 실행 환경인 프리디움(Prividium)을 통해 기관 거래 정보를 공개 장부 밖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블록체인 인프라의 성격 변화로 본다. 공공 체인의 투명성은 장점이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전략 노출이라는 약점이 되기 쉽다. 반대로 프라이버시가 강화되면 규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대형 자금의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실제 토큰화 자산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RWA.xyz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토큰화 자산 시장 규모는 292억5000만달러로, 한 달 새 7.9% 증가했다. 실물자산 토큰화와 기관용 결제·관리 수요가 확대될수록, XRPL을 비롯한 공공 블록체인은 ‘보여줄 것’과 ‘숨길 것’을 정교하게 나누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