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최근 대규모 청산 사태를 겪으며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시장 구조가 약세로 흔들리고 있지만 장기 회복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발단은 10월 10일,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갈등이 격화된 시점이었다. 그날 비트코인(BTC)은 약 18% 급락하며 수 시간 만에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청산을 유발했다. 이는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일시적으로 12만 6,000달러에서 10만 1,000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지난 여섯 주 동안의 상승분이 거의 모두 사라졌다.
비트파이넥스의 지난 보고서에 따르면, 11만 8,000달러 선은 비트코인의 핵심 지지 구간으로, 이 아래로 하락할 경우 추가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예측은 현실로 이어졌고, 다수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총 시장 시가총액은 24시간 만에 약 13.2% 감소하며 3조 7,000억 달러(약 5,143조 원)까지 내려갔다. 주요 알트코인 상당수가 80~90%까지 급락했고, 롱 포지션에 대한 청산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비트파이넥스는 청산의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보도 전후로 급격하게 몰린 현물 매도 거래를 지목했다. 특히 주요 거래소 전반에서 매도 우위가 심화되면서, 시장 구조 자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급락은 사상 최대 청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큰 하락은 아니라고 비트파이넥스는 밝혔다. 문제는 하락 폭보다도 단기간에 발생한 가격 붕괴의 ‘속도’였으며, 이로 인해 여러 주요 알트코인 시장에서 극단적인 가격 반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회복의 가능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트파이넥스는 현재가 BTC의 ‘긍정적 계절성’ 구간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비트코인이 11만 달러(약 1억 5,290만 원)를 회복하고,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됐다. 만약 이 지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지선 확보에 실패할 경우, 시장은 10월 10일 저점을 다시 시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시장은 현재 고통과 회복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극단적인 변동성 이후에도 투자자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저점 매수 기회인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시장이 긍정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BTC의 기술적 반등 여부, 그리고 거시 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력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