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깊은 혼란에 빠졌다. 전 ARK인베스트의 크립토 책임자이자 현재 플레이스홀더 VC 소속의 파트너인 크리스 버니스키(Chris Burniske)는 최근 하락세가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붕괴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매도세로 인해 시장의 심리와 구조 모두가 강하게 흔들렸으며, 당분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버니스키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선형 월간 차트를 근거로, 두 자산 모두 여전히 고점 구간에 머물러 있지만 지탱 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고, 이더리움은 3,900달러(약 541만 원) 근처에서 힘겹게 버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패턴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지속 불가능한 균형 상태’에 진입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심리 역시 깊이 훼손됐다는 것이 버니스키의 평가다. 전체 시장이 투자자들의 낙관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술주나 성장주 중심으로 확산되던 과거의 투기 열기는 사라졌고, 현재는 공포와 기대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과거의 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 앞에서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매크로 환경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버니스키는 신용시장의 불안정성과 금값의 비이상적인 움직임,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의 취약한 흐름 등을 근거로,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이 크립토에서 전통 자산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전략적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미 시작됐고, 주식 시장은 이 변화의 끝자락에서야 충격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특히 비트코인이 7만 5,000달러(약 1억 425만 원) 수준까지 후퇴할 경우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 상승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음 하락장은 탈진, 조정, 그리고 새로운 확신을 향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산업이 성숙해지긴 했지만 너무 많은 상처도 입었고, 이제는 단순한 가격 회복이 아닌 본질적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버니스키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가격 예측을 넘어, 암호화폐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와 심리적 위기의 실체를 지목한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