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수상쩍은 대규모 토큰 이체로 다시금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밈코인 시바이누(SHIB) 총 1조 2,652억 개(12,652,072,424,06 SHIB), 약 1,765만 달러(약 24억 5,885만 원) 규모가 이틀간 여러 거래 블록으로 나뉘어 코인베이스 지갑 간에 순환 이동하면서, 일각에서는 고래의 움직임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번 시바이누 대량 이동은 전부 코인베이스가 발신자와 수신자로 동시에 지정된 내부 이체였으며, 중간 경유지로 사용된 지갑들은 과거 거래이력이 전무한 일회성 지갑들이었다. 이런 정황은 외부 고래가 아닌 거래소 자체의 내부 유동성 정비나 지갑 재배치 작업일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이동된 SHIB 물량은 다음과 같다. 5516억 개, 4148억 개, 2405억 개, 2386억 개, 2204억 개씩 나눠서 순차적으로 전송됐으며, 각 이체는 다른 경유 주소를 통해 원래의 코인베이스 계정으로 되돌아왔다. 이로 인해 외형상으로는 거대한 자금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래소 내 보관 상태에 변화가 없었다.
이런 방식의 반복적 내부 이체는 블록체인 탐색기나 모니터링 플랫폼 상에서 왜곡된 유동성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외관상 SHIB 유출로 보이지만 동일한 규모의 유입이 동반되면, 실제 유통량 변화는 없는 셈이다. 이는 SHIB의 공급·수요 구조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자칫하면 고래 매도 또는 이탈로 오해를 받을 여지를 제공한다.
시바이누는 현재 약 0.0000101달러(약 0.014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전 10월 중순의 0.000009달러 저점 대비 일부 반등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이체건은 가격 추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이는 중앙화 거래소 내부에 상당량의 밈코인 유동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소 내부 구조 조정 과정이 고래의 매수·매도로 오인될 경우, 시장 과민 반응의 빌미가 된다"며 경계심을 당부했다. SHIB처럼 고정 가격대에 머물러 있는 암호자산일수록, 대량 이동이 시장 심리에 미치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블록체인 데이터 해석이 단순 수치 이상의 맥락 분석을 요구함을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거래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보단, 이체 경로와 지갑 특성, 거래소 내부 논리에 대한 이해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