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가 가격 측면에서는 박스권에 머물고 있지만, 대형 보유자들의 매수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먼트(Santiment)에 따르면, 1만 XRP 이상을 보유한 XRP 레저 지갑 수는 33만2230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샌티먼트는 이 수치가 2024년 6월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가격이 횡보와 변동성을 반복했음에도 ‘고래’로 불리는 대형 보유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은 셈이다. XRP 활성 주소가 770만 개를 넘는 가운데, 1만 XRP 이상 보유 지갑은 상위 약 5%에 해당하는 비교적 ‘희소한’ 구간으로 꼽힌다.
샌티먼트는 이런 지갑 증가는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신뢰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쉽게 말해, 강한 상승 흐름을 기다리기보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구간에서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뜻이다.
ETF 자금도 유입…XRP에 쏠리는 기관 관심
대형 자금의 관심은 현물 시장 밖에서도 확인된다. 와일 인사이더(Whale Insider)에 따르면 최근 ETF 투자자들은 XRP를 531만달러어치 추가 매수했고, XRP ETF 보유 자산은 약 14억4000만달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ETF가 통상적인 유출 흐름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기관들이 XRP에 대한 노출을 조용히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이 답답한 횡보에 지친 사이, 큰손들은 이미 다음 흐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급락 뒤 회복한 대형 지갑 수…관건은 가격 돌파
샌티먼트는 지난 2월 6~8일 사이 4500개가 넘는 대형 XRP 지갑이 사라졌다고도 전했다. 다만 이는 XRP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2월 5일 발생한 광범위한 암호화폐 청산 사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대형 지갑 수는 완전히 회복됐고,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가격 반등이 뒤따르지 않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 분석가 닐은 XRP가 의미 있는 단기 랠리를 시작하려면 1.60달러를 명확히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2달러를 넘어설 경우 모멘텀이 한층 강해지며 시장 심리도 더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XRP는 여전히 좁은 등락 구간에 갇혀 있지만, 온체인 데이터와 ETF 자금 흐름만 놓고 보면 수급은 차츰 쌓이는 모습이다. 가격은 멈춰 있어도, 준비하는 자금은 조용히 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