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이틀짜리 충격을 동시에 맞으며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의회에서 ‘CLARITY Act’ 입법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데다,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이 글로벌 증시를 흔들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급격히 커졌다.
비트코인(BTC)은 24시간 기준 1.78% 하락한 6만3367달러까지 밀렸고, 이더리움(ETH)은 1830달러, 리플(XRP)은 1.08달러로 내려앉았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1800억달러로 줄었고, ‘공포·탐욕 지수’는 31을 유지하며 여전히 경계 구간에 머물렀다.
CLARITY Act, ‘골라인’ 앞에서 지연 가능성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뉴욕에서 현장 청문회를 열고 디지털자산 산업 규율을 담은 CLARITY Act의 의미를 점검했다. 이번 청문회는 정보 수집 성격이 강해 표결 영향은 없었지만, 법안이 상원 본회의로 가기 전 거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절차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트로이 대리슨 의원은 “우리는 1야드 라인에 와 있다. 이제 터치다운만 하면 된다”고 말하며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미국 경제가 글로벌 중심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권의 분위기는 마냥 낙관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윤리 조항을 두고 논의했지만, 아직 수정된 문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법안 발표가 다음 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리너 테렛 기자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 CLARITY Act 통과 가능성은 역대 최저 수준인 31%까지 떨어졌다. 8월 휴회 전까지 입법 동력을 살리기 위한 ‘막판’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일정 지연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중국 AI 모델, 글로벌 증시 흔들며 크립토까지 압박
이번 하락의 또 다른 축은 중국 인공지능 기업 문샷 AI의 신형 모델 발표였다. 문샷 AI는 2조8000억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모델 ‘Kimi K3’를 공개했는데, 이는 기존 딥시크의 1조6000억 파라미터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대급이다. 독립 벤치마크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Fable 5’와 오픈AI의 ‘GPT-5.6’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고, 가격은 훨씬 낮게 책정됐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라 ‘AI 투자 논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AI 랠리는 더 많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제 위에서 형성됐는데, 중국에서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자 관련 밸류에이션이 재조정됐다.
여파는 아시아 증시로 빠르게 번졌다. 일본 닛케이225는 4%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6.5% 급락했다. TSMC는 7.3% 밀렸으며, 글로벌 반도체 지수도 3% 떨어져 6월 고점 대비 24% 이상 빠지며 약세장에 들어섰다. 6월 22일 이후 글로벌 반도체주에서만 2조달러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크립토 시장, 증시와의 동조화가 부담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들어 주요 주식지수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상태다. 이번에도 CLARITY Act 지연 우려가 규제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사이, AI발 증시 조정이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을 주면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대형 종목까지 함께 흔들렸다.
당분간 시장은 두 가지 변수를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8월 휴회 전 CLARITY Act의 수정안이 실제로 공개될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AI 중심의 주식 급락세가 진정될지다. 두 흐름 모두 크립토 시장의 단기 방향을 좌우할 핵심 재료로 보인다.
규제 기대와 위험회피 심리가 맞부딪히는 구간에서 비트코인(BTC)은 다시 시장의 온도계를 맡게 됐다. 법안 일정과 글로벌 증시 흐름이 엇갈리는 만큼, 암호화폐 시장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