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예치된 막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활용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커질수록 이 같은 비효율은 수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DEX 유동성 85% 비효율… 최대 2조3천억 원 ‘잠자고 있다’
1인치가 의뢰하고 듄 애널리틱스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주요 DEX에 공급된 약 18억4천만 달러(약 2조7,400억 원) 중 85%에 해당하는 약 16억 달러(약 2조3,800억 원)가 완전히 활용되지 못한 상태였다.
유니스왑, 팬케이크스왑, 에어로드롬의 ‘집중 유동성 풀’을 기준으로 추적한 결과, 평균적으로 약 5억4,200만 달러(약 8,000억 원)는 특정 주간 동안 ‘가격 범위 밖(out-of-range)’에 위치해 거래에 쓰이지 않았다. 해당 자금은 디파이 생태계를 떠난 것은 아니지만, 설정된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실제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가격 범위 벗어나면 수익 ‘제로’ 구조
집중 유동성 풀은 유동성 공급자가 특정 가격 구간을 설정해 자산을 배치하는 구조다. 해당 범위 내에서는 거래가 활발해지고 수수료 수익도 발생하지만, 가격이 벗어나면 해당 유동성은 즉시 ‘비활성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ETH)과 스테이블코인 풀에서 2,000~2,500달러 구간에 유동성을 배치했을 경우, 가격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수수료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범위를 조정하거나 시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격 방향성이 ‘유휴 자금’ 만든다
이번 분석은 유휴 유동성이 단순 변동성보다 ‘가격 방향성’과 더 밀접하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일정 방향으로 지속 이동할 경우 자금이 더 쉽게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 비트코인(BTC)이 약 9만 달러에서 6만 달러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유휴 유동성 비중은 25~35% 수준을 유지하다가 2월 초에는 약 41%까지 치솟았다.
개인 투자자 자금, 방치 가능성 더 높아
자금 규모가 작을수록 비활성화될 가능성도 더 높았다. 1,000달러(약 149만 원) 이하 포지션의 54%가 범위를 벗어난 반면, 100만 달러(약 14억9,000만 원) 이상은 26% 수준이었다.
다만 전체 유휴 자금 중 약 47%인 2억6,000만 달러(약 3,870억 원)는 오히려 대형 포지션에서 발생했다.
특히 개별 지갑이 관리하는 유동성은 자동화된 컨트랙트보다 방치될 가능성이 컸다. 유니스왑 v3 기준, 전체 유휴 자금의 82~94%가 개인 지갑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수수료 1,500억 원 손실 가능성
듄은 이 같은 비활성 유동성이 연간 약 1억5,000만 달러(약 2,235억 원)의 수수료 수익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추정했다. 평균 수익률(APR) 35%를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다만 이 수익은 ‘이론적 최대치’에 가깝다. 실제로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거래 수수료, 실행 리스크,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시장 커질수록 비효율 비용 확대
듄의 필리포 아르마니는 “DEX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깊은 유동성을 가진 시장으로 성장했다”면서도 “아직 상당한 유동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이 규모에 도달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체인 자산 확대와 기관 참여 증가로 DEX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1인치는 유동성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 못할 경우 거래 수수료 손실과 시장 비효율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7개 체인에서 유니스왑 v3·v4, 팬케이크스왑 v3, 에어로드롬을 대상으로 1월 6일부터 6월 30일까지 주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