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조선 현장에 적용하며 미국 함정·조선 시장 공략을 넓히고 있다. 조선업 경쟁력이 선박 건조 능력에서 데이터 기반 생산 관리와 자동화 역량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한화그룹은 8월 10일 한화디펜스USA(Hanwha Defense USA) 성명에서 오스탈(Austal)의 미국 사업 인수를 위한 예비·비구속 제안을 냈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탈 USA(Austal 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본사를 둔 조선사다. 회사는 자체 자료에서 2009년 이후 미 해군에 선박 34척을 인도했고, 버지니아급·컬럼비아급 잠수함 모듈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탈 USA의 사업 영역에는 무인·자율 선박과 AI 기반 해상 시스템도 포함돼 있다. 한화가 이 회사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내 생산 기반과 방산 계약 접근성이 함께 놓여 있다.
미국 군함과 해안 운항 선박은 현지 건조 규정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방산 시장에 들어가려면 설계·건조 기술뿐 아니라 미국 내 조선소, 공급망, 규제 대응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AI는 이 구조에서 생산성 변수로 떠올랐다. 한화는 7월 21일 스마트야드 자료에서 거제사업장 실내 용접 공정의 67%에 AI 전환이 적용됐고, 2030년까지 실내 용접 자동화 100%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표면 처리와 도장 공정도 같은 해 AI 적용률 50%를 목표로 제시됐다. 용접과 도장은 선박 건조 과정에서 품질 편차와 작업 시간 관리가 중요한 공정으로 꼽힌다.
한화는 거제사업장에 조선업용 디지털 생산센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드론과 사물인터넷 센서로 블록 위치와 공정 데이터를 30분마다 갱신하고, 악천후 같은 변수도 시뮬레이션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대형 선박 건조는 수백 개 블록과 수만 개 공정으로 이뤄진다.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묶어 공정 병목을 줄이는 능력이 납기와 품질 관리의 핵심으로 부상한 배경이다.
이 기술은 미국 필리조선소로도 옮겨가고 있다. 한화는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한국에서 검증한 스마트야드 기술을 미국 조선소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조선소의 생산관리 시스템은 2026년 11월 배포를 목표로 구축 중이다. 거제에서 검증한 용접 로봇도 2026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조선소 현대화 움직임은 한화만의 사안은 아니다. 본지는 앞서 HD현대가 미국 조선산업 재건 흐름에 맞춰 현지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설계 역량과의 연결도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은 4월 27일 레이도스(Leidos)와 차세대 함정 설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7월 24일에는 글로벌 고속 수송함 공동 설계 전문서비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레이도스 산하 깁스앤콕스(Gibbs & Cox)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 수상전투함의 70% 이상을 설계한 회사로 소개됐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생산 자동화와 미국 함정 설계 네트워크를 함께 확보하려는 구도다.
다만 오스탈 USA 인수 제안은 아직 확정 거래가 아니다. 한화디펜스USA는 거래 성사 여부가 실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밝혔고,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미국 규제 승인과 방산 계약 구조, 기존 사업 손실 처리 절차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