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 소 사육두수로 인해 쇠고기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 감소와 수입 제한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쇠고기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간 쇠고기(다진 쇠고기) 1파운드 평균 가격은 5.98달러(약 8,600원)로, 전년 대비 16%, 4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6%나 올랐다. 미국 농무부(USDA)가 집계한 스테이크와 로스트 등 포함한 전체 쇠고기 소매 가격도 올해 초 대비 17%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도축 가능한 소의 공급 부족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올해 1월 기준 미국 내 소 사육 규모는 195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팬데믹과 서부 지역의 가뭄, 육가공 산업의 구조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축 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돼,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소 사육 수 감소는 도축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미국의 도축량은 1970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USDA는 이에 따라 2025년 쇠고기 생산량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생산량은 올해 대비 4%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름철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이례적인 현상으로, 가격에 하방 압력을 줄 요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쇠고기 수입 확대가 일부 공급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올해 4월까지 미국 쇠고기 수입은 28% 증가했지만, 수입 가격도 급등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관세 정책이 유효함에 따라 수입 쇠고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 미국은 멕시코산 소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멕시코 내에서 발견된 스크류웜이라는 소 전염성 기생충 때문으로, 방역 우려에 대응한 것이다.
결국 공급 축소, 관세 장벽, 수입 제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미국 쇠고기 시장은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으며, 향후 몇 분기 동안 쇠고기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외식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