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국내 제조업 전반의 매출이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선통신기기 업종만이 예외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 불황이 계속되는 조짐 속에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산업연구원이 2025년 9월 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제조업 매출 전망 BSI는 92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제조업 전반에서 비관적인 매출 전망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BSI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며, 그 이상은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업체 비중이 더 큼을, 이하일 경우 감소 전망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 부문만 유일하게 102로 기준선을 웃돌았고, 대부분 주요 산업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98), 디스플레이(96), 조선(97), 일반기계(91) 등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의존도가 큰 업종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자동차(87)와 철강(83) 업종은 각각 4포인트, 10포인트 하락해 주요 업종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 조치가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결과로 분석된다.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로 보는 다른 주요 지표들도 마찬가지로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시황 전망 BSI는 89, 수출은 92, 설비투자는 97, 고용은 98, 자금 사정은 87로 집계돼, 전 항목이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는 기업 내부적으로도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생산 확대나 인력 채용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BSI 수치는 2024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기준선 이하를 기록한 것으로, 이는 제조업 업황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고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제조업의 실적을 반영한 매출 현황 BSI 역시 84로 직전 분기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업체들의 체감경기도 더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인 회복보다는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대외 의존적인 수출구조와 글로벌 수요 둔화는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 확대와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