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2026년 5월 들어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은 그동안 미국 자산 가격을 떠받쳐온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약해졌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그 결과 국채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 조정과 소비·투자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초장기물 금리 수준이다. 지난 19일 현지시간 기준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5.20%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이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한때 연 4.69%까지 상승해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후 22일에는 30년물과 10년물이 각각 5.06%, 4.56%로 거래를 마감했지만, 시장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하다. 장기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정부와 기업, 가계가 오랜 기간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비용이 함께 높아진다는 뜻이어서 파급력이 크다.
이번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와 다시 커진 물가 압력이 꼽힌다.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이는 전쟁 발발 이전보다 약 60%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 생활비가 전반적으로 뛰기 쉬운데, 실제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2.8% 올랐고, 연방준비제도가 더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역시 지난 3월 3.2% 상승해 목표치인 2.0%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구조적인 요인도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2024년 9월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0.5%포인트 내린 뒤 현재 3.5~3.75%까지 인하했지만, 장기 국채 금리는 그 흐름을 충분히 따라내리지 않았다. 장기 물가 기대가 쉽게 낮아지지 않았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면서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5월 23일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까지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42.5%로 반영됐다. 한 달 전만 해도 사실상 없던 전망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매파적 신호가 확인됐다.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역시 물가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 정책 선택 폭이 넓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높은 금리가 미국 경제의 여러 부문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보유 국가부채 비율은 1분기 말 100.2%로 올라섰고, 미국 의회예산국은 올해 재정적자 비율이 국내총생산의 5.8%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의 순이자 비용은 9천700억달러에 달했다. 가계 부담도 적지 않다. 5월 18일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6.49%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쓰는 대형 기술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 비중이 큰 만큼 금리 상승이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중소기업은 더 취약하다. 최근 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차입 비용이 오를수록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소비 둔화 조짐도 이미 일부 지표에서 드러난다. 4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쳐 3월의 1.6%보다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고유가와 높은 대출금리가 동시에 이어지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늦추는 이른바 수요 파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실제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연방준비제도가 다시 경기 방어 쪽으로 무게를 옮길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당분간 미국 금융시장은 물가 재상승과 성장 둔화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서 장기 금리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