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5일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기대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원활하게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린 결과다.
이날 영국 런던 아이시이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7.15% 내린 배럴당 96.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6.51% 하락한 90.31달러로 마감했다. 다만 미국 메모리얼데이 연휴 영향으로 거래량은 평소보다 많지 않았고,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락 폭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 기간을 60일 더 연장하고, 그 사이 최종 합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었다. 이란의 협상 책임자들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를 찾아 카타르 총리와 회담했고, 이 자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이 해협이 막히거나 통행 차질 우려가 커지면 공급 부족 가능성이 즉시 국제유가에 반영된다. 반대로 긴장이 완화돼 수송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 실제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더라도 가격은 먼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가 아직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재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 것도 이런 시장 심리를 보여준다.
다만 유가 하락이 곧바로 공급 정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손상된 원유·가스 시설을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실제 생산과 수출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스파르타의 준 고 상품 애널리스트는 하루 1천만~1천100만배럴에 이르는 근본적인 공급 부족분이 즉시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급락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를 선반영한 성격이 강하며, 앞으로는 협상 타결 여부와 중동 산유 시설 복구 속도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