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최근까지 비교적 견조한 성장과 고용을 이어왔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강행이 물가와 가계 부담을 다시 키우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이런 흐름이 그동안의 경기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주요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10∼12.5%의 새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문제를 근거로 했으며,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판단한 뒤 한시적으로 운용해온 10% 글로벌 관세의 시한이 다가오자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관세 틀을 다시 짠 것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아직 나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미·이란 전쟁과 고유가 충격 속에서도 올해 미국 경제가 2%대 초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고, 실업률도 4%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12∼18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7천건으로,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아직 대규모 해고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강한 상태라는 뜻이다.
문제는 물가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5월의 4.2%보다 낮아졌지만,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목표치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면 소비자 체감 부담은 훨씬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지난달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국제 유가가 한때 급락하면서 물가 압력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최근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그 개선 흐름이 끊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에서 연료비와 냉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유가 상승의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전미에너지지원책임자협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난방유를 쓰는 미국 가정의 올겨울 평균 난방비가 1천700달러로 올라 지난해 겨울 1천100달러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휘발유 가격도 이미 다시 오름세다. 전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달 초 갤런당 3.7달러대로 내려갔다가 지난 20일 다시 4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새 관세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수입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관세 조치가 집권 2기 초반의 불확실한 통상 환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최근 관세 정책이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가구의 연간 추가 부담은 기존 550달러에서 1천100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관세는 해외 기업만 겨냥하는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입 원자재와 완제품 가격을 밀어 올려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비용을 함께 떠안는 구조가 되기 쉽다.
결국 지금의 미국 경제는 성장과 고용 지표만 보면 버티는 힘이 남아 있지만,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발 물가 압력이 동시에 겹칠 경우 체감 경기는 빠르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높은 물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전쟁이 얼마나 길어지는지, 그리고 추가 관세 조치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에 따라 미국 경제의 둔화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