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이 메인·버몬트·미시간 등 국경 지역 정치권과 산업계의 반발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와 교역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협상 재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8월 22일 0시 1분부터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50% 관세를 적용했다. 캐나다 재무부는 미국 조치가 27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적용됐고, 캐나다도 9월 8일 0시 1분부터 미국산 상품에 15%, 25%, 50% 맞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AP는 같은 조치의 규모를 약 200억 달러(약 27조6000억원)로 보도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캐나다 이익에 맞지 않는 새 조건을 제시했다며 협상 중단을 공식화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비경제적이고 불공정한” 조건을 내놨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반대로 캐나다가 막판에 더 많은 요구를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은 워싱턴의 통상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미 무역대표부 자료 기준 2025년 미시간의 대캐나다 상품 수출은 232억 달러(약 32조원)로 전체의 39%였다. 메인은 13억 달러(약 1조7940억원)로 41%, 버몬트는 6억3500만 달러(약 8763억원)로 31%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관세는 이들 지역에서 외교 현안보다 물가와 고용 문제에 가깝다. 국경을 사이에 둔 제조·농수산·물류 거래가 촘촘한 만큼 관세율 변화가 기업 비용과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오락가락하는 무역 협상은 메인 기업의 비용, 위험,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메인주가 캐나다에서 비석유 제품 약 20억 달러(약 2조7600억원)를 들여온다며 양측에 협상 복귀를 요구했다.
필 스콧(Phil Scott) 버몬트 주지사도 캐나다 관세 부과를 “나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버몬트와 캐나다의 경제와 공동체, 미래가 깊게 연결돼 있다며 양측이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천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간 주지사는 관세가 미시간 가계와 기업의 세금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식료품점과 주유소 가격을 올리고, 자동차 제조업체가 비용 전가나 감원을 고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시간에서는 자동차 공급망이 핵심 쟁점이다. 미시간상공회의소와 온타리오상공회의소는 공동 성명에서 양측 공급망이 깊게 통합돼 있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디트로이트 지역 업계도 장기 교착이 글로벌 경쟁자, 특히 중국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다는 새 합의가 없으면 북미 공급망 혼란으로 차량 가격을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은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며 조립되는 경우가 많아 완성차 가격과 생산 일정에 관세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캐나다의 보복 품목도 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캐나다 재무부의 8월 27일 수정 목록에서는 해산물과 어류 제품이 제외됐다. 메인 어업계가 우려했던 직접 충격은 일단 줄어든 셈이다.
메인 랍스터 업계는 앞서 캐나다의 25% 관세가 가을 어획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종 목록에서 해산물 품목이 빠지면서 지역 어업계의 부담은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다.
보복 관세는 통상 상대국의 정치·산업 취약 부문을 겨냥해 협상 압박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번 목록에서도 철강, 유제품, 가전, 농기계, 펄프·종이, 전자제품 등이 거론되며 국경 주와 제조업 지역의 이해관계가 전면에 놓였다.
갈등은 자동차와 철강으로 더 번질 여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산 차량, 트럭, 부품, 철강에 대한 50% 관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별도로 경고했다.
현재 확인된 일정은 9월 8일 캐나다의 보복 관세 시행과 2027년 1월 1일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이다. 양국 정치권과 산업계의 재협상 요구는 캐나다의 보복 관세 시행 전까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