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준비금이 3조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며 ‘위험구역’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시스템의 완충 역할을 하는 준비금이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다.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빠듯해졌다는 신호이자, 자산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연준 통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준비금은 최근 2조93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몇 주 내 준비금이 ‘위험선’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시행 중인 양적 긴축(QT) 정책이 금융권의 현금 여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금 감소는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투자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국면에서 비트코인이 자주 상승해왔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위축되면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체계 밖의 대체자산, 특히 비트코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실제로 2019년과 2023년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의 상승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준비금 감소는 비트코인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큰 위험의 전조일 수도 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환경은 통상적으로 위험자산 전반의 가격을 압박한다. 비트코인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무엇보다 연준이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전환에 나서지 않는 한, 금융기관의 여유 자금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단기 급등세를 보인다면 그것은 ‘신뢰 기반의 상승’이 아니라 ‘유동성 불안에 따른 도피’일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정책 판단도 중요한 변수다. 준비금이 한계에 다다르면 연준은 결국 긴축을 멈추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을 잘못 잡으면 시장은 급격히 요동칠 수 있다. 지금 연준이 맞이한 시험대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안정 사이의 균형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디지털 자산이 금융체제의 대안으로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기적 반응보다 구조적 역할이 우선되어야 한다. 준비금 감소와 같은 거시적 불안 요인이 비트코인 급등의 이유가 된다면, 그것은 금융 불안의 또 다른 징후로 봐야 한다.
미 연준의 준비금 축소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금융시스템의 심장부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를 주시해야 한다. ‘위험구역’은 경고의 언어이지, 투자 신호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