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간 주춤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규제가 강화된 새 제도에도 기업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하반기 IPO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들어 코스피는 전월 말 대비 8% 넘게 상승해 3,4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17일 하루 조정을 거쳤지만 이후 다시 최고점(3,461.30)을 기록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가 이처럼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자 당분간 위축됐던 상장 시장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새 IPO 제도를 통과한 대표적 사례로 명인제약이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 중인 명인제약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488.9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5만8천 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69.6%에 달해, 강화된 제도에도 시장의 관심이 높음을 입증했다. 이 제도는 상장 후 일정 기간(최소 15일) 일정 물량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는 기관 투자를 우대하는 구조로, 시장 안정성과 투자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사이버 위협 분석 전문기업 에스투더블유(S2W)가 성공적인 첫 거래를 마쳤다. S2W는 공모가 1만3천200원 대비 81.4% 상승한 2만3천95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이 두 기업의 연이은 IPO 흥행은 최근 위축됐던 공모주 투자심리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 제도 도입 이후의 첫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 IPO의 재도전 움직임도 감지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현재 세 번째 상장을 저울질 중이며, 이르면 9월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뱅크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상장을 추진하다 시장 여건 악화와 수요예측 부진 등을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는 공모 구조를 재조정해 오버행(대규모 유통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 압력) 우려를 낮추는 등 안정을 우선시할 계획이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들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현실적인 기업가치 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다만 변수도 있다. 케이뱅크의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당시 대비 크게 하락해 업종 전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낮아진 상황이고, 케이뱅크와 업비트 간 제휴가 오는 10월 만료 예정이라는 점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IPO 시장의 흐름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명인제약은 9월 23일 납입을 거쳐 10월 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며,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시험장비 전문기업 이노테크도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증시 강세 흐름과 제도 정착으로 공모시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업 가치에 대한 현실적 평가는 투자자들이 신중히 따져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