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반도체 관련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증권가는 이를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세 전쟁이 재점화된 것은 지난 4월 이후 소강 상태에 머물던 미중 간 무역 긴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하며, 오는 11월부터 대중 수입품에 대해 100%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등 3대 지수는 지난주 후반 큰 폭으로 하락했고,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원화 가치도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10월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한때 1,432원까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고조됐다. 이는 수출입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자극하며 증시에 추가 부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런 대외 변수로 인해 반도체 대형주 등 주도주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경쟁력과 실적을 감안하면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반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실적 기반의 우량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은 아직 방향성이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하면 추세적인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4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영업이익 10조1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환율과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시 한번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실적과 산업 경쟁력에 기반한 투자 판단이 시장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갈 가능성이 높다. 향후 관세 갈등이 실질적인 수출 타격으로 이어질지, 혹은 단기 소란에 그칠지에 따라 시장 방향성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