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과 인공지능(AI) 주식에 대한 거품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11월 18일 국내 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4,000선이 무너지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2.09포인트(3.23%) 하락한 3,957.16을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4,000선을 내줬다. 장 초반에는 일시적으로 4,072.41까지 회복했으나, 이후 점차 낙폭을 확대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반 매도였으며,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선 모양새다.
기관 투자자는 이날 현재까지 5,81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중 금융투자 부문이 가장 많은 4,384억 원을 내던졌다. 연기금도 222억 원을 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2,651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선물시장에서도 2,240억 원 규모를 팔아 현물과 선물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에 반해 개인 투자자는 약 8,238억 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낙폭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한 매수세를 보였다.
이번 급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됐다. 전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이 금리 정책에 대해 "천천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사그라든 점이 투자 심리를 다소 위축시켰다. 여기에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각한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의 헤지펀드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인공지능 부문을 중심으로 한 거대 기술주 전반의 불안감이 재점화됐다.
이 같은 흐름은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 증시는 AI와 관련된 주요 기술주의 조정과 함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도 2% 넘게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마저 9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성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동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정이 일시적으로 과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부에서는 현재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규모가 극단적으로 많은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최근 급등한 종목군 중심의 수익 실현이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인 기술주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단기 급락이 지나치게 해석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금리 정책의 명확한 전환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변동성을 동반한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미국 고용지표 발표가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