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통화 실험'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일본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언하며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를 예고하자, 일본 국채(JGB) 금리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금값은 온스당 4,6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은 이를 일본 재정 건전성의 사실상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이며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 총리직 건 '포퓰리즘' 승부수... 채권 시장은 '비명'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월 8일 중의원 선거(조기 총선)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이후 첫 심판대다. 그녀는 이번 주 금요일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 내 총리직을 걸겠다"며 비장함을 보였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그녀가 내건 공약이었다. 핵심은 '더 많은 지출과 더 적은 세금'이다.
소비세 동결: 식료품에 부과되는 8%의 소비세를 2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정 효과: 정부 추산 연간 5조 엔(약 320억 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 소비를 진작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일본 국채 시장은 발작을 일으켰다. 장기물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10bp(0.1%p) 이상 급등하며 10년물 금리가 2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빚(국채 발행)을 더 늘리겠다는 신호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 물가는 뛰는데 돈 더 푼다? "인플레에 기름 붓기"
문제는 일본 경제가 이미 4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NHK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45%가 '물가 상승'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돈 풀기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여기에 국방비 지출을 GDP의 1%에서 2%로 두 배 늘리겠다는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까지 더해졌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국채를 더 사들여야(Debt Monetization) 하는 상황이 예고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화 및 위안화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 대중국 긴장 고조... 안보 팔아 지출 정당화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재정 지출 확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최근 중국은 일본의 군사적 용도로 전용 가능한 품목과 일부 핵심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공급망을 통한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고 있다"며 안보 환경의 위협을 강조했다. 이는 국방비 증액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BOJ의 딜레마와 금(Gold)의 폭주
정치적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야권의 분열을 틈타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 한다. 입헌민주당 등 야권이 '중도개혁연합'을 결성해 맞서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돈 풀기'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시장의 시계는 다르게 돌아간다.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에는 호재가 되어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이는 수입 물가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조만간 외통수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1.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세계 2위 규모인 일본 국채 시장(60%를 BOJ가 보유)이 붕괴한다.
2. 국채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돈을 계속 풀면: 엔화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본발 엔드게임(Endgame)' 공포는 안전 자산인 금으로의 자금 대피를 가속화시켰다. 일본의 위기가 가시화되자 국제 금값은 사상 최고가인 4,600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