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은 신규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금액이 모두 크게 줄었지만, 투자자 자금은 중소형 공모주에 집중되면서 공모 규모에 따른 흥행 격차가 뚜렷해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 수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코넥스 시장을 포함해 27곳으로 집계했다. 이는 1999년부터 2025년까지 상반기 평균 47곳, 최근 5년 평균 52곳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모 규모도 위축됐다. 상반기 전체 공모 금액은 약 1조2천억원으로, 1999년 이후 상반기 평균 2조1천억원과 최근 5년 평균 5조원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삼성증권도 스팩과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제외한 상반기 공모 금액이 1조1천3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8.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줄어든 가장 큰 배경은 대형 공모주의 부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LG씨엔에스와 서울보증보험 같은 대형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전체 공모 시장을 키웠지만, 올해는 4천980억원을 조달한 케이뱅크를 제외하면 대형 딜이 사실상 눈에 띄지 않았다. 기업공개 시장은 통상 몇 건의 대형 상장이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인데, 올해는 이런 역할을 할 종목이 부족했던 셈이다.
다만 투자 심리까지 식은 것은 아니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1천782대 1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인 869대 1을 웃돌았다.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 이상에서 결정된 비중도 82.4%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열기는 주로 코스닥 중소형 종목에 몰렸다. 시가총액 1천억~3천억원 수준의 중소형 종목들은 대체로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에서 확정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케이뱅크와 채비, 스트라드비젼처럼 시가총액 5천억원 이상인 중대형 종목들은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에서 정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투자자와 기관의 위험 판단이 달라진 결과로 해석한다. 주식발행시장 업계에서는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기관투자가가 받아야 하는 물량이 늘고,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 부담도 커진다고 본다. 여기에 상장 이후 주가 변동 위험까지 고려하면, 중대형 공모주일수록 기업가치를 더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반면 공모주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중소형 종목에 단기 유동성이 몰리기 쉬워 흥행 쏠림이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하반기부터는 시장 분위기가 다소 나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상장을 위해 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40여곳에 이른다며, 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들이 실제 공모 절차에 들어서는 3분기 말부터 기업공개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대형 공모주의 복귀 여부와 투자자 자금이 중소형 종목에 계속 머무를지에 따라 시장 회복의 속도와 폭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