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이 운용하는 한국 주식 상장지수펀드에 지난주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다시 강하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에는 지난주 28억달러, 우리 돈 약 4조1천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펀드 전체 규모가 224억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에 매우 큰 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특히 15일에 11억달러, 14일에 8억달러가 유입되며 자금 쏠림이 두드러졌다. 주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지난 2월 기록했던 기존 최대치인 12억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과 맞물려 더 눈길을 끈다. 통상 주가가 흔들리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기 쉽지만, 이번에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랙록의 글로벌 ETF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말콤 도슨은 최근 주가 조정에도 기업의 기초 체력, 즉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기술 기업들이 최근 수급 구조 변화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금 유입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해외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를 거론한다. 이 ETF는 포트폴리오의 약 4분의 1을 SK하이닉스 본주에 투자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 가격이 본주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ETF를 통한 우회 매수 수요가 붙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단기 차익을 노린 일시적 흐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텔리머의 신흥시장 주식전략 책임자 하스나인 말릭은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웠을 수는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만의 현상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신흥시장 전반으로도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신흥시장 ETF 전체로는 43억9천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전주에 7천850만달러가 순유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이다. 이는 2월 27일 이후 가장 큰 주간 순유입 규모이며, 올해 누적으로는 451억달러가 들어왔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해외 자금을 계속 끌어들일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특정 대형 기술주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변동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투자 흐름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