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뉴욕 증시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대형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부담이 부각되면서 3대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6.93포인트(0.97%) 내린 51,711.65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90.66포인트(1.21%) 하락한 7,408.30에 마감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553.21포인트(2.15%) 떨어진 25,137.69로 장을 마쳤다.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흔든 핵심 배경은 유가 급등이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7.04% 오른 배럴당 100.69달러로 마감해 두 달 만에 100달러선을 넘어섰고,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6.17% 오른 배럴당 92.1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뛴 것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안이 커진 데다, 홍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이 공격받으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졌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홍해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전날 공습받은 사우디 유조선 두 척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이 12일 연속 이란 공습을 이어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물가 우려와 금리 부담으로 번졌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운송비, 생산비가 함께 오를 수 있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4bp(1bp는 0.01%포인트) 오른 4.70%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7%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여기에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이 확인되자,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다시 힘을 얻었다.
기술주 약세도 증시 하락폭을 키웠다. 테슬라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고 밝힌 뒤 주가가 14.5% 급락했다. 현금 흐름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고 쓰는 돈의 흐름을 뜻하는데,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나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2분기 실적 자체는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대규모 인공지능 설비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으로 주가가 6.8% 내렸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투자 등을 뺀 뒤 실제로 남는 현금을 뜻하는데,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아직 뚜렷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비용 부담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대니얼 스켈리는 유가 급등을 부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매그니피센트7의 설비투자 확대 우려가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중동 리스크가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대형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가 비용 부담을 넘어 실질 수익으로 입증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증시가 에너지 가격, 금리 전망, 기술기업 실적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