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개혁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주주대표 소송을 더 쉽게 제기할 수 있게 하고 금융투자와 부동산 사이의 세제 불균형도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기대가 커지고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가계 자금이 부동산과 예금에 머무르지 않고 주식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옮겨가려면 추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개혁의 성과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이런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자본시장연구원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박 연구위원은 상법 개정 같은 최근의 개혁 조치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후속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데 비해 은퇴 이후를 뒷받침할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낮고, 금융자산 축적도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 현금, 예금에 쏠려 있어 자산구조를 금융투자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 단순한 증시 부양을 넘어선 구조개혁 과제로 제시됐다.
그가 가장 강조한 대목은 주주권 보호 장치 강화다. 특히 이사가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 책임 있게 경영하도록 하려면 주주대표 소송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대표 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책임을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묻는 제도인데, 현재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거나 0.01% 이상을 6개월간 보유해야 소송을 낼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지분 요건이 높아 소액주주가 활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의 법령 위반을 입증하려면 회사 내부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이런 주주권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함께 나왔다.
세제와 시장 구조에 대한 손질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연구위원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 사이의 과세 차이가 투자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불균형을 줄여야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에스에이(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한도를 늘리고 만기를 연장해 장기 자금이 자본시장에 머물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장사의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이 낮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 거래 가능한 주식이 적으면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일반주주의 권리도 약해질 수 있어서, 상장 유지 요건에 최소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을 넣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부실기업이 시장에 오래 남지 않도록 유동주식 수, 시가총액, 주주 수 등을 상장 요건에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날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놨다. 그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단순히 시중에 돈을 더 푸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부동산과 담보대출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기업과 장기투자로 흘러가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신용평가사 같은 시장 감시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민간 금융회사의 위험 분담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자본시장 개혁이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가계 자산 배분, 기업 지배구조, 투자자 보호를 함께 묶는 중장기 과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