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막는 조항이 담긴 초당적 주택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없이도 자동으로 법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서도 별다른 거부권 행사 없이 시간을 넘기고 있어서다.
미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21세기 주택 로드맵 법안(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은 지난 6월 채택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이 10일 안에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서명식을 취소했고, 금요일 새벽을 기점으로 법안 처리 시한이 사실상 끝나게 된다.
CBDC 금지 조항은 유지…시장 구조 논의로 불똥
이번 법안에는 연준이 ‘CBDC’ 또는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디지털 자산’을 2030년 12월 31일까지 발행하거나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 조항이 공화당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양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소셜미디어 글에서 CBDC 금지 조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며 “30년 만의 가장 큰 주택법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소식은 어쨌든 법이 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가상자산 시장 구조 개편 법안인 ‘CLARITY Act’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키운다. 이 법안은 이미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 내 핵심 위원회 2곳도 넘겼다. 공화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지역구 일정에서 돌아오는 오는 7월 중순 이후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와 가상자산의 연결고리, 입법 협상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디지털 자산 규제를 ‘미래형’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다른 현안과 얽힌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전례가 나오면서,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도 비슷한 정치적 변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관계 역시 논쟁을 키우는 대목이다. 그는 2025년 한 해 동안 밈코인과 가족이 관여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플랫폼 등을 통해 14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공시한 바 있다.
결국 이번 CBDC 금지 조항이 담긴 주택법은 자동 발효되더라도, 워싱턴의 다음 쟁점은 ‘CLARITY Act’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주택법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었다면,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은 그보다 더 깊은 진영 대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의회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