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주주로 알려진 트럼프 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이 핵융합 발전 분야 유망 스타트업 TAE 테크놀로지스와 합병을 추진한다. 거래 규모는 약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로, TMTG와 TAE 주주들은 통합회사의 지분을 반반씩 보유하게 된다.
TMTG는 지난 3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합병으로 상장했으며, 대표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외에도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 2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트루스 소셜 사업이 정체되며, 직전 분기에는 97만2,900달러의 매출에 5,480만 달러(약 78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TAE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기업으로, 첨단 입자 가속기 기술과 자기장 제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빔 구동 역장 구성(Beam-Driven Field-Reversed Configuration)’ 형태의 융합로 개발에 집중해왔다. 이 기술은 기존 핵융합 실험로보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고, TAE 역시 같은 분기 5,48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번 합병을 통해 TAE는 TMTG의 31억 달러(약 4조 4,600억 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TAE의 핵심 프로젝트인 50메가와트(MW)급 융합발전소 건설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2026년 중반 기업 결합을 마치고 해당 발전소 착공에 돌입하며, 향후 최대 500MW의 추가 전력 설비도 순차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융합은 수소 등 가벼운 원자핵 2개를 융합시켜 더 무거운 핵을 만들 때 발생하는 질량 차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기존 원자로처럼 방사능 폐기물이 남지 않고, 이론상 무한한 청정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태양 내부와 같은 극한 조건이 필요해 상용화가 매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다.
TAE는 수소와 붕소를 연료로 이용하며, 연료 입자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뒤 자기장으로 가두는 방식을 채택한다. 일반적으로는 외부 자기장을 형성하기 위한 강력한 자석이 필요한 반면, TAE는 연료 자체가 자기장을 유도하는 특수 설계를 적용했다. 여기에 입자 가속기들이 플라즈마 안정화를 위한 고에너지 입자를 투입하고, 밀리초 단위로 750MW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TAE는 이미 의료 분야 기술 파생도 진행 중이다. 2017년 헬스케어 자회사 ‘TAE 라이프 사이언스’를 분사시켜 소형 입자 가속기를 병원 방사선 치료용으로 개발 중이며, 최근 영국 원자력청(UKAEA)과 제휴를 맺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기술 스타트업과 정치권 인사의 기업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미디어와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기술 혁신의 변곡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다시 한 번 주목받는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