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디지털 노동력의 도입이 공공 부문 운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지능형 시스템이 점차 정부 서비스를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그 자체보다 더 큰 장애물은 낡은 시스템, 부처 간 장벽, 느린 조직 문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열린 AWS 서밋 워싱턴DC 2025에서는 아마존(Amazon), 세일즈포스(Salesforce),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 주요 기업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더큐브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존 퓨리어(John Furrier)는 “공공 부문에 몸담고 있으면서 AI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곧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제 공공 조직도 제품 중심의 사고와 기술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일즈포스는 연방 정부에 특화된 AI 솔루션 '에이전트포스(Agentforce)'와 함께 FedRAMP High 인증을 확보하며 정부 부문의 AI 도입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담당자 미아 조던에 따르면, AI의 성공적인 통합은 새로운 기술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플랫폼에 '심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분야에선 아마존이 선도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티브 슈미트(Steve Schmidt) 최고보안책임자(CSO)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실제 공격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실시간 보안 신호를 만들어 인프라를 예방적으로 방어하는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AI 시스템이 단순 지원 수준을 넘어, 이제는 운영을 주도하는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와 AI 통합 측면에서는 스노우플레이크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데이터가 있는 위치로 기능을 이식하는 이른바 ‘데이터 우선 모델’을 채택해 배포 속도를 높이고 보안 부담을 줄이면서도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공공 부문 총괄 팀 터트(Tim Tutt)는 "방대한 파트너 생태계와 보안 인증을 바탕으로, 전장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측면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부문 부사장 케빈 밀러는 재활용수, 액체 냉각, 소형 원자로 등을 활용한 차세대 인프라가 공공 서비스 운영을 혁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기반 협력도 중요한 축으로 부상한다. AWS의 사이버 보안 커뮤니티 ‘CISO 서클’은 보안 리더들이 NDA 하에 AI 도입과 규제 대응 전략을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실제 현장 적용을 유도하고 있다. 데니엘 루더만은 이러한 협업 네트워크가 공공 분야 전환에 실질적인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 정부나 중소 규모 기관도 변화의 흐름에 가담하고 있다. 센트럴스퀘어(CentralSquare)의 CTO 커크 캐머런은 AI 기반의 클라우드 솔루션이 911 시스템부터 공공 요금 청구까지 포괄해 일선 공공 안전 기관의 업무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복잡한 인프라 없이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점이 큰 강점이다.
에이전틱 AI의 활용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운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 기업 케일런트(Caylent)의 발레리 헨더슨 사장은 "공공 부문의 진정한 전환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의 근본적 재정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와 교육, 제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반 자동화와 전문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책, 에너지 접근성, 확장 가능한 인프라의 세 축에서 정부와 클라우드 기업 간 정렬이 핵심 역할을 한다. 아마존 정책담당 부사장 섀넌 켈로그는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에 총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를 투자하며 지역 맞춤형 인프라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지역사회 연계 투자도 눈길을 끈다. AWS의 경제개발 부문 수석 로저 웨너는 중학교 STEM 교육부터 기술직 훈련 프로그램까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공생형 투자 모델'을 소개하며 인프라 투자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의 AI 전환은 단순한 기술 재편을 넘어서, 정책과 리더십, 교육, 커뮤니티 가치를 아우르는 '사회 전환'의 과정이다. 이는 곧 정부가 AI 시대에 어떻게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국민에 봉사할지를 좌우하는 핵심 척도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