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병원 진료 기록 혁신… 어브리지, 7조 원 기업가치 달성

| 김민준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어브리지가 최근 3억 달러(약 4,32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라운드는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주도했으며, 코슬라 벤처스 등의 기존 투자사들도 참여했다. 어브리지는 이번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53억 달러(약 7조 6,32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 2월 투자 라운드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 가치 급등의 배경에는 어브리지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 1,700만 달러(약 1,690억 원) 수준에 도달한 점이 있다. 회사는 병원의 임상 현장에서 대량으로 생성되는 환자 대화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는 AI 플랫폼 ‘컨텍스트 추론 엔진(Contextual Reasoning Engine)’을 상용화했다. 의료진이 환자 진료 중 나누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이를 자동으로 전사 및 요약해 진료 기록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어브리지는 의료진의 업무 스타일, 병원 내 표준 절차에 맞춰 결과물을 맞춤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전 기록 데이터를 참조해 보다 풍부한 의료 정보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치료 지침서인 의료 명령서를 자동 텍스트화하고 병원의 전자 건강기록(EHR)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의료 기관들은 진단서 및 의료 기록 데이터를 코드화하는 작업으로 ICD-10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 코드 시스템은 질병, 증상, 상태 등을 표준화된 문자열로 간결하게 표현해 데이터 분석을 용이하게 한다. 어브리지의 AI는 이러한 코드뿐만 아니라 보험 청구에 필수적인 의료 청구 코드도 자동 생성할 수 있다. 두 코드 체계 모두 임상 정보를 구조화해 기록 및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다.

AI 오작동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브리지는 업데이트 전 의료 전문가 그룹을 통해 품질을 사전 검증하고, 이후 조기 도입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베타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초기 사용자에게는 AI 출력 품질에 대한 감시 역할도 부여된다.

어브리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시브 라오(Shiv Rao)는 "모든 의료 상담은 의료 체계가 신호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며 "어브리지는 그 신호를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활성화해 의료진이 정말 중요한 인간적 접점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어브리지는 AI 플랫폼의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의료 청구 코드 생성 과정을 더욱 간편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통해 어브리지가 AI 기반 의료 기록 시스템의 표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