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넘어 사모대출, 회사채, 구조화 금융으로 번지면서 채권시장 부담이 커졌다. 쟁점은 AI 수요 자체보다 그 수요를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금융 구조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트레이 파커(Trey Parker) 사이커모어트리캐피털파트너스(Sycamore Tree Capital Partners) 최고투자책임자가 블룸버그 텔레비전에서 AI 인프라 확장에 앞으로 수년간 수조 달러의 자본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가 단순 신용위험을 넘어 신용등급 지정 위험에도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지정 위험은 대출이나 채권이 처음 평가받은 등급 체계 안에 계속 머물지 못할 가능성을 뜻한다. 보험자금이 사모대출 시장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관련 발행이 늘면, 신용등급 조정이나 규제기관의 문제 제기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로이터 보도에서 AI 관련 글로벌 부채 발행이 2026년 거의 5700억 달러(약 78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5월 31일까지 발행액은 약 2360억 달러(약 326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의 4배 수준이라고 봤다.
대형 기술기업의 설비투자가 자본시장 조달과 맞물리면서 AI 경쟁은 반도체 공급을 넘어 금융 구조 경쟁으로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완공됐다고 곧바로 돈을 버는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디스(Moody’s)는 7월 31일 보고서에서 완공된 AI 데이터센터도 전력 연결, 시운전, 임차인의 장비 투입과 사용률 안정화가 이어져야 현금흐름 자산이 된다고 짚었다.
무디스가 제시한 핵심 변수는 전력 가용성, 송전 인프라, 전력 공급 개시 시점이다. 건물과 서버가 갖춰져도 전력 공급과 임차인 사용률이 안정되지 않으면 대출 상환 재원이 예상보다 늦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 경로도 넓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월 10일 데이터센터 유동화에서 발행되는 고정수익증권 등이 특정 조건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고, 로이터는 이 조치가 데이터센터 소유주의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ABS는 대출채권이나 임대료 같은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데이터센터 금융이 ABS 규제 밖으로 분류되는 구간이 생기면 발행 문턱은 낮아질 수 있지만, 신용평가와 구조 리스크도 더 많은 투자자에게 퍼질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부담 신호가 나왔다. 로이터는 8월 21일 일부 대형 채권 매수자들이 AI 관련 발행 급증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으며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NP파리바 자료 기준 8월 10일까지 AI 하이퍼스케일러 부채 발행은 2200억 달러(약 304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 125억 달러(약 17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발행 물량이 빠르게 늘수록 투자자는 가격 할인이나 추가 금리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다만 시장 전체가 즉각적인 붕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디스는 대부분의 하이퍼스케일러 연계 프로젝트가 우량 임차인과 장기 계약의 보호를 받는다고 봤다.
로이터 보도에서도 일부 운용역은 아마존과 알파벳 같은 대형 기술기업의 신용도 자체보다 발행 물량을 흡수하기 위한 프리미엄 요구가 커진 점을 문제로 봤다. 신용경색보다 수급 재조정에 가까운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사이커모어트리캐피털파트너스는 4월 13일 신용 세컨더리 투자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로버트 오코너(Robert O'Connor)를 해당 전략 책임자로 선임했다. 파커의 경고는 단발성 논평이라기보다 사모크레딧 운용사가 보는 자금시장 리스크에 가깝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번 이슈는 기술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지는 앞서 AI 금융이 장부 밖 부채와 결합하는 흐름을 다룬 바 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에 미칠 영향은 별도 가격과 자금 흐름 자료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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