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토큰 AI 경쟁, 반도체·전력 투자로 번졌다

| 서지우 기자

미국과 중국 AI 기업의 가격·투자 경쟁이 반도체와 전력 등 인프라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모델 사용료를 낮춰 이용량을 지키려는 미국 기업과 자본지출을 늘리는 중국 빅테크가 맞붙으면서 실제 자금은 컴퓨팅 설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시아경제는 메리츠증권 분석을 인용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이 중국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 개선에 대응해 모델 가격을 낮췄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GPT-5.6 루나(Luna)의 가격을 기존보다 80% 낮춰 100만 입력 토큰당 0.20달러로 조정했다.

가격 인하의 목적은 트래픽 방어다. 메리츠증권은 8월 글로벌 일평균 토큰 사용량이 전월보다 36.8% 늘어난 약 11조개를 기록했고, 미국 진영의 토큰 사용량은 47.9%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모델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주요 모델의 절대 가격이 미국 유사 모델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중국 모델의 토큰 점유율은 56%로 과반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토큰은 AI 모델이 문장을 처리하는 기본 단위다. 모델 가격이 낮아지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고, 사용량이 늘면 서버와 반도체, 전력 설비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중국 빅테크는 가격 경쟁보다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텐센트(Tencent)는 2분기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6% 늘어난 528억위안이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Alibaba)는 같은 기간 자본지출이 75% 증가한 677억위안으로 집계됐다. 바이두(Baidu)는 2분기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늘어난 114억위안이었다.

자본지출은 기업이 데이터센터, 서버, 반도체, 전력 설비 같은 장기 인프라에 투입하는 투자금이다. AI 서비스 경쟁이 모델 성능과 가격을 넘어 물리적 설비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알리바바의 자금 조달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알리바바는 800억홍콩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AI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주요 프런티어 LLM 기업인 문샷AI(Moonshot AI), 딥시크, 즈푸(Zhipu)도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아시아경제는 전했다. 모델 개발 경쟁이 외부 자본 조달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는 국면이다.

미국 빅테크도 투자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KB증권은 아마존(Amazon)과 메타(Meta)처럼 적자를 감수한 장기투자로 승자가 된 경험이 있는 빅테크 경영진이 스스로 투자를 멈출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쟁점은 AI 모델 기업의 점유율 경쟁보다 그 경쟁이 어느 밸류체인에 비용과 매출로 잡히는지다. 본지는 앞서 고금리 환경에서 자본지출 부담이 큰 빅테크보다 현금흐름과 실적을 따지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장비 공급망의 수요와 비용 구조를 함께 살펴볼 변수로 거론된다. 본지는 또 AI 자본지출 확대가 빅테크의 자유현금흐름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진단도 보도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경제에 "현재 미·중 AI 경쟁은 여전히 국가 대항전 성격의 컴퓨팅 확보 경쟁 구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에 조달되는 중국 AI 기업들의 자금 역시 결국 중국산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팅 인프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수혜는 반도체, 전력 등 AI 인프라 쪽에 우선적으로 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개별 종목의 실적이나 주가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자료에서 확인된 사실은 미국 AI 기업의 가격 인하, 중국 빅테크의 자본지출 증가, 알리바바의 AI 인프라 자금 조달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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