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넘어 로봇, 자동차, 드론을 겨냥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 매출 규모로 전해진 피지컬 AI가 엔비디아의 다음 확장 축으로 떠오른 흐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사업에서 연간 약 100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4개 분기 전체 매출 3030억 달러(약 417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아직 비중은 작지만, 회사는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현장을 다음 적용처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가 물리적 장비와 현실 공간 안에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 영역이다. 언어 모델이나 영상 생성 모델이 디지털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로봇팔,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공장 설비 같은 실제 기계의 동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행사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영상이나 컵을 집는 손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면, 로봇도 똑같이 움직이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학습 방식을 실제 기계의 동작 학습으로 연결하겠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방식은 칩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묶는 구조다. 회사는 로봇 개발용 전용 칩과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아이작 그루트(GR00T)와 코스모스(Cosmos) 같은 오픈웨이트 모델을 배포해 개발사가 내려받아 수정할 수 있게 했다.
이 구조는 개발사를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를 낸다. 로봇 기업은 칩, 시뮬레이션, 학습 모델, 배포 도구를 따로 맞추는 대신 하나의 개발 흐름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밖 수요처를 넓힐 수 있다.
마이클 프랭크(Michael Frank) 레이디언트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피지컬 AI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차량, 공장, 창고, 로봇 등 훨씬 큰 실물 경제로 나아갈 통로”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서버실 안에 머물지 않고 제조와 물류, 이동체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이 전략에서 빠지기 어려운 시장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중국 판매를 제한하고 있지만, 로봇과 자동차용 칩 거래는 아직 열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로봇 제조사들이 자체 AI 칩 개발 흐름 속에서도 엔비디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학습과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트리 등 중국 로봇 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토르(Thor) 칩을 쓰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기반을 동시에 갖춘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약 90%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브래디 왕(Brady Wang)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엔비디아 피지컬 AI 로드맵에 핵심”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제조와 상용화 역량이 강해 엔비디아에 실제 활용 사례를 많이 제공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는 대규모 실제 환경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국내 기업과의 접점도 있다. 본지는 앞서 LG와 엔비디아가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LG는 2027년 1분기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 기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BCI 로봇 기업도 엔비디아 로보틱스 조직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다이나믹솔루션은 매디슨 황(Madison Huang)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중국 베이징 세계로봇대회(WRC) 현장 부스를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나믹솔루션은 당시 BCI 기반 로봇손과 AI 칩 연계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개된 내용은 기술 협력 가능성 논의이며 계약 체결이나 투자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엔비디아 측은 “엔비디아는 미국 법을 준수하며 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사업은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로봇과 자동차, 공장 자동화가 같은 소프트웨어와 칩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엔비디아의 사업 범위는 데이터센터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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