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암호화폐 채굴 메카 가능성…전력 도난·규제 불확실성은 '최대 리스크'

| 김민준 기자

말레이시아가 전략적 입지와 기술 생태계, 이슬람 금융 역량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채굴의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전력 도난과 제도적 불확실성, 일관성 없는 정책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산업협회(Access Blockchain Association of Malaysi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암호화폐 채굴 시장은 2025년에 전년 대비 110.2% 성장하며 24억 4,000만 달러(약 3조 3,916억 원) 규모에서 51억 3,000만 달러(약 7조 1,307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말레이시아가 지닌 높은 기술 잠재력과 샤리아(이슬람 율법) 금융 전문성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았으나, 동시에 규제 미비와 불법 채굴 확산 등 해결해야 할 내부 과제에 주목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력 도난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전력회사 테나가 나시오날 버하드(Tenaga Nasional Berhad, TNB)는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불법 채굴에 따른 전력 손실로 4억 4,160만 링깃(약 1,449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3억 링깃(약 7,54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불법 채굴에 의한 전력 도난은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대부분은 비트코인(BTC) 채굴 과정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서는 현재 불법 채굴이 비공식 경제를 구성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공식 채굴 활동을 합법화한다면, 도난 전력이 정당한 매출로 전환돼 전력회사의 수익이 될 수 있고, 정부는 세수 확보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일관된 법적 틀과 명확한 규제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한, 암호화폐 채굴 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전략적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강화와 불법 행위 단속이라는 두 갈래 노력이 동시에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