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파이 시장이 다시 한번 ‘크로스체인’ 취약성에 흔들렸다. 켈프다오(Kelp DAO) 브리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으로 약 2억9200만달러 규모의 자산이 유출되며, 이더리움(ETH) 기반 리스테이킹 생태계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주말 17시 35분(UTC) 켈프다오의 레이어제로(LayerZero) 기반 브리지에서 발생했다. 공격자는 위조된 크로스체인 메시지를 통해 정상적인 전송 요청처럼 시스템을 속였고, 그 결과 11만6500 rsETH가 외부 지갑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전체 rsETH 유통량 약 63만 개 중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rsETH는 이더리움을 예치해 추가 수익을 얻는 ‘리스테이킹’ 구조에서 발행되는 토큰으로, 켈프다오는 이를 다양한 체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브리지에 예치 자산을 보관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해당 담보 구조 자체가 흔들리며, 스테이킹 토큰의 신뢰 기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켈프다오는 46분 만에 긴급 멀티시그를 통해 주요 계약을 중단했으며, 이후 동일 수법의 추가 공격 시도는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안 업계는 이번 공격이 북한 연계 해커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발생한 드리프트(Drift) 공격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점에서다.
ENS랩스의 알렉산더 어벨리스(Alexander Urbelis)는 “이는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작전 패턴’에 가깝다”며 “단순 보안 패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공격은 암호 해독이나 키 탈취가 아닌, 시스템이 ‘신뢰하는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블록체인이 설계된 방식 자체를 역이용한 사례로, 디파이 인프라의 근본적인 신뢰 구조를 흔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두 사건을 통해 탈취된 자금은 총 5억달러(약 7400억원)를 넘어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격자는 탈취한 rsETH 중 약 8만9567개를 담보로 에이브(AAVE)에 예치한 뒤, 약 1억90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ETH)과 기타 자산을 대출받았다.
이에 따라 에이브는 ‘담보 가치가 훼손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출 리스크에 노출됐다.
에이브 측은 즉각 rsETH 시장을 동결하고, 담보 인정 비율(LTV)을 0으로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신규 대출도 전면 중단됐다.
향후 손실 처리 방식에 따라 영향 규모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전체 rsETH 보유자에게 손실을 분산할 경우 약 1억2400만달러 규모의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특정 레이어2에 손실이 집중될 경우 최대 2억3000만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출 자금 일부는 회수 가능성이 생겼다. 아비트럼(ARB) 보안위원회는 약 3만766 ETH(약 7100만달러, 약 1050억원) 규모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해당 자금은 현재 별도 지갑으로 이동됐으며, 향후 거버넌스 승인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아비트럼 측은 “사용자 및 애플리케이션에는 영향 없이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켈프다오의 대응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탈취 손실을 전체 사용자에게 분산하는 이른바 ‘소셜라이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손실 공유가 이뤄질 확률은 약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이더리움 메인넷 이용자까지 손실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과거 비트파이넥스 해킹 당시 적용된 사례가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 해킹을 넘어 크로스체인 구조, 리스테이킹 모델, 그리고 디파이 담보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시장은 당분간 rsETH와 관련 프로토콜들의 ‘신뢰 회복’ 여부를 핵심 변수로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