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관련 투자계약에 특화된 새로운 증권 발행 규정을 제안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암호화폐 투자계약은 최대 7500만 달러까지 정식 증권 등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발행자가 약속한 핵심 경영 활동을 마친 경우 투자계약의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도 마련한다.
SEC는 18일(현지시간) '크립토 자산 규정(Regulation Crypto Assets)'이라는 새로운 규칙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칙안은 지난 3월 SEC가 특정 암호화폐와 관련 거래에 연방 증권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밝힌 해석 지침의 후속 조치로, 특정 암호화폐 관련 투자계약에 명확하고 실질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EC는 이를 통해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책임 있는 자금조달과 혁신을 가로막아온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연방 증권법의 핵심인 투자자 보호를 유지하는 맞춤형 증권 발행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SEC가 암호화폐 시장에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의회도 지속 가능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번 규정이 "암호화폐 기업가와 시장 참여자들이 연방 증권법에 따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자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핵심 사업 활동을 모두 마치거나 영구적으로 중단한 경우, 일정 요건 아래 해당 암호화폐를 더 이상 투자계약에 묶인 자산으로 보지 않는 세이프하버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의회는 일정한 안전장치 안에서 기업가들이 혁신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증권법을 설계했다"며 "이번 규제 체계 추진은 현대 시대에 맞게 규정을 정비하려는 SEC 전략의 핵심 요소이자 암호화폐 시장의 혁신을 미국 내로 유치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치"라고 밝혔다.
증권 등록 면제 및 투자계약 상태 해제
이번 규칙안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정식 증권 등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4년 동안 한 차례 최대 500만 달러까지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 달러까지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두 경우 모두 발행자는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최대 7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경우에는 재무제표를 제출하고 이후에도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SEC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암호화폐를 '투자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발행자의 사업 개발 노력과 성과를 기대하며 토큰을 매입해 투자계약에 해당했더라도, 이후 발행자가 약속한 핵심 사업 활동을 모두 마치는 등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암호화폐를 계속 투자계약에 묶어두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이프하버는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된다.
아울러 이번 규정에 따라 등록 면제를 받아 발행·판매되는 증권과 일부 유통시장 거래에 대해서는 개별 주(州)의 증권 등록 요건보다 연방 규정을 우선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SEC는 올해 초 발표한 해석 지침을 바탕으로 암호화폐가 어떤 경우 연방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지 보다 명확히 하고, 발행자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에서 사업을 설립·운영하려는 유인을 줄이는 한편 미국 투자자들에게 보다 강력하고 일관된 보호 아래 투자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규칙안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은 제안서가 연방관보에 게재된 날부터 60일 동안 진행된다.
미국 내 ICO 길 열리나...기존 토큰 증권성 논란에도 영향
이번 규칙안은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이 투자계약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요건과 공시 의무를 충족하면 정식 증권 등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별도의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초기 개발 단계에서 토큰을 판매해 개발 자금을 마련하려는 프로젝트도 미국 내에서 등록 면제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조건부 세이프하버는 '암호화폐 자체'와 해당 암호화폐의 발행·판매 과정에서 만들어진 '투자계약'을 구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초기 자금조달 당시에는 투자계약에 해당했더라도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약속한 핵심 사업 활동을 모두 완료하거나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이후 해당 암호화폐가 계속 투자계약에 종속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칙안이 미국 내 ICO 등 토큰 기반 자금조달을 위한 제도적 경로를 열고, 솔라나(SOL), XRP, 하이퍼리퀴드(HYPE)를 비롯해 유니스왑, 메타마스크, 백팩 등 미국 시장과 접점이 있는 다양한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규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초기 토큰 판매가 투자계약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요건 아래 등록 면제를 활용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핵심 경영 활동을 완료하면 세이프하버를 통해 해당 암호화폐가 더 이상 투자계약에 종속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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