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이 XRP레저(XRP Ledger·XRPL)의 양자내성 전환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서명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의가 커지는 가운데, XRP레저도 결제 인프라 차원의 장기 보안 전환 과제를 안게 됐다.
리플은 4월 20일 공식 글에서 XRP레저의 포스트 양자 준비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에는 양자내성 암호 실험, 기존 서명 체계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환, 비상 이전 계획,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과의 협업이 포함됐다.
핵심은 속도보다 적용 가능성이다. 리플은 XRP레저가 계정 자체를 바꾸지 않고 키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와 시드 기반 키 생성 방식을 갖고 있어 향후 이전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구조만으로 양자내성 대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양자내성 암호는 양자컴퓨터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한 암호 기술이다. 블록체인에서는 거래 서명, 검증자 통신, 지갑 키 관리가 모두 맞물려 있어 단일 소프트웨어 패치보다 네트워크 전반의 전환 절차가 중요하다.
XRP레저 재단(XRPLF)의 ‘Post-Quantum Signatures’ 제안은 ML-DSA-44를 검증자 서명, 합의 제안, 피어 핸드셰이크, 계정 거래 서명 등 전 영역에 적용하는 설계를 담았다. 그러나 이 문서는 5월 20일 갱신 기준 ‘Draft’ 상태로, 네트워크 차원의 적용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
기술 부담도 작지 않다. 제안문은 공개키 1312바이트, 비밀키 2560바이트, 서명 최대 2420바이트를 명시했다. 현재 XRP레저 문서가 지원 서명 알고리즘으로 적은 것은 secp256k1과 ed25519다.
새 알고리즘은 ‘Quantum’ 개정안이 활성화돼야 네트워크에서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검증자 합의, 구현 안정성, 저장공간, 전파 지연, 지갑 사용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이 논의는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BTC)에서도 양자내성 서명체계 논의가 문서 단계로 내려온 사례가 거론된다.
수요 지표는 별도로 커졌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XRPL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1억3800만 달러(약 1조5670억원), RLUSD 점유율은 91.47%다. 24시간 활성 주소는 38만8435개, 24시간 거래 수는 302만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집계에서 리플(XRP) 가격은 1.39달러(약 1915원)로 표시됐다.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활동 지표가 커진 것은 네트워크 이용 흐름을 보여주지만, 양자내성 로드맵의 효과로 단정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XRP 현물 ETF도 8월 28일 주간 1억1049만 달러(약 1523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코인데스크는 이 수치를 기관 수요 확대 신호로 전했다. 다만 ETF 유입, 양자내성 전환, XRP 가격 사이의 직접 인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규제 변수도 같은 선상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자료에는 클래리티 법안 관련 7월 17일 청문회가 확인되고, 미 정부출판국 기록에는 8월 25일 관련 색인이 올라와 있다. 이 자료만으로 본회의 표결이 임박했다고 쓰기는 어렵다.
국내 투자자에게 이 사안은 가격 재료보다 인프라 검증 이슈에 가깝다. XRP레저는 최근 개발자 도구 지원 범위를 넓힌 흐름 위에서 양자내성 전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남은 쟁점은 로드맵의 존재가 아니라 실제 네트워크가 이를 견디는 방식이다. XRP레저 재단의 제안은 아직 초안이고, 리플이 제시한 2028년 목표도 검증자 합의와 프로토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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