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기반 불법 보증 거래소 ‘후이원 개런티’의 폐쇄 이후, 그 공백을 빠르게 메운 것은 또 다른 유사 플랫폼인 ‘투도우 개런티’였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엘립틱(Ellipti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투도우 개런티로 이동 중이며, 후이원의 붕괴가 불법 보증 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후이원 개런티는 2021년 캄보디아에 본사를 둔 후이원 그룹이 설립한 플랫폼으로, 처음엔 자동차나 부동산 같은 자산 거래를 위한 합법적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차 *사이버 사기* 중심의 불법 활동들이 주요 기능이 되었다. 특히 ‘돼지 도살(Pig Butchering)’ 사기와 같은 대규모 온라인 금융 범죄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 서비스 거래를 중개하며 세력을 키웠다.
후이원은 2025년 5월 13일 공식 폐쇄됐다. 이 시점까지 누적 거래 규모는 270억 달러(약 37조 5,300억 원)를 넘었고,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이용한 익명성 높은 거래였다. 엘립틱의 추적 조사 결과에 따라, 텔레그램은 수천 개의 관련 채널과 이용자 계정을 삭제했고 테더 측도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Lazarus Group) 연루 가능성을 이유로 일부 지갑을 동결했다.
그러나 후이원만이 중국어권 사이버 사기 네트워크의 유일한 축은 아니었다. 현재까지도 다수의 유사 플랫폼들이 텔레그램 내 암시장에서 활동 중이며, 거래 대상은 개인정보, 해킹 툴, 자금세탁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특히 후이원의 고객과 공급자 상당수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투도우 개런티’로 이동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초기에는 후이원이 사적 보증 서비스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같은 해 5월 말 완전한 종료를 선언했다. 엘립틱은 후이원 지갑의 입금액이 “사실상 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플랫폼이 실제로 기능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와 텔레그램,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불법 마켓의 복잡성과 탄력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실명 확인 절차가 전무한 USDT 네트워크와 메시징 앱이 결합될 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부각시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후이원을 없앤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더 문제"라며 "후속 플랫폼 관리 및 국제 공조 수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