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SEC 소송 마침표…'1만 달러 설' 기대 vs 현실 논쟁 재점화

| 손정환 기자

리플(XRP)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과의 장기 소송을 사실상 마무리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플은 최근 자사의 ‘크로스 항소’를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이제 이 장을 영원히 닫을 때”라며 소송종료 의지를 천명했다. SEC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소식에 XRP 가격은 한때 5% 상승해 2.2달러(약 3,058원)를 기록했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XRP의 향후 가치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1만 달러(약 1,390만 원) 도달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와 인플루언서는 XRP의 폭발적 상승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분석가 제이크 게이건은 카를 문이 제시한 ‘50배 상승’ 시나리오를 적용해 XRP가 106.50달러(약 14만 8,985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루시 베어는 이 수치를 “보수적”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XRP의 ‘1만 달러 설’은 단순한 추산이 아니라, 프로젝트 공동 창립자인 아서 브리토(Arthur Britto)의 발언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XRP 지지자들에 따르면 브리토는 XRP가 글로벌 결제 유동성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토큰당 시세가 1만 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팟캐스트 ‘더 롤업’의 에피소드에서 전 NEAR 프로토콜 엔지니어 알탄 투타르는 “XRP 커뮤니티의 신념은 거의 종교에 가깝다”고 평하며, 비트코인이 약 11만 1,814달러(약 1억 5,543만 원)까지 오른 전례를 들어 XRP의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XRP가 1만 달러에 도달하려면 시가총액이 약 590조 달러(약 819경 1,000조 원)로 치솟아야 하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GDP를 합친 수치를 뛰어넘는 규모다. 설사 앞서 언급한 ‘106달러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해도 시가총액은 약 6조 2,800억 달러(약 8경 7,292조 원)에 달하게 되며, 비트코인의 정점 시총을 2배 이상 초과한다. 이에 대해 ‘더 롤업’ 진행자 앤디는 “XRP가 1만 달러까지 간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10달러만 가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이번 리플-SEC 분쟁 종결 소식은 XRP의 미래를 둘러싼 낙관론과 회의론을 다시금 불붙이고 있다. 법적 장애물을 넘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꿈을 꾸되, 현실적인 숫자와 시장 구조를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